스누피컵 3배·포켓몬카드 225억…어른들이 '굿즈'에 지갑 여는 이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5일, PM 02:0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포켓몬 카드 한 장이 225억원에 팔리고, 5만원대 스타벅스 컵이 16만원대에 되팔리고 있다. 아이들 놀잇감이던 카드와 굿즈에 어른들이 웃돈을 얹으면서다. 어린 시절 추억을 사려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어른들에 기업의 ‘한정판’ 전략까지 맞물려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포켓몬 카드. (사진=AFP)
포켓몬 카드. (사진=AFP)
◇“이 세대의 향수는 포켓몬”…추억에 구매력이 붙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월 1998년산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 카드가 경매업체 골딘에서 1650만달러(약 225억원)에 팔려 트레이딩 카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후에도 한 장에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가 넘는 거래가 잇따랐다. 과거 놀이터에서 주고받던 카드가 이젠 어른들의 장난감이 된 것이다.

굿즈도 마찬가지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지난 15일 내놓은 ‘피너츠’ 한정판 스누피 유리컵은 온라인 장터 엣시에서 최고 120달러(약 16만4000원)에 올라왔다. 정가 39.95달러(약 5만4600원)의 3배 가격이다.

맥도날드 ‘스폰지밥’ 해피밀 장난감 전체 세트는 이베이에 약 90달러(약 12만3000원)에 나왔다. 해피밀 장난감은 어린이용 햄버거 세트 메뉴를 사면 하나씩 따라오는 사은품이다. 미국 해피밀 값은 매장마다 다르지만 6~7달러(약 8200~9600원) 선이다.

어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건 추억이다. 포켓몬 첫 세대 팬은 현재 30~40대에 접어들었다. 애덤 아일랜드 이베이 수집품 부문 글로벌 총괄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을 다시 만나는 동시에, 이제는 과거의 상징적인 카드를 살 만한 여유 소득도 생겼다”며 ‘이중 효과’라고 설명했다.

닐 손더스 글로벌데이터 애널리스트도 과거 어린이를 겨냥하던 해피밀 장난감 판촉이 이제는 향수나 수집 열풍에 끌리는 어른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소셜미디어(SNS)로 입소문이 쉽게 퍼지는 것도 한몫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베스트바이 매장 앞에서 포켓몬 카드 수집가들이 30주년 기념 세트 '30th 셀러브레이션'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 (사진=AFP)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베스트바이 매장 앞에서 포켓몬 카드 수집가들이 30주년 기념 세트 '30th 셀러브레이션'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 (사진=AFP)
◇컵 되팔이부터 전업 딜러까지…“이젠 자산”

추억만이 아니다. 되팔면 돈이 된다는 기대도 어른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아일랜드 총괄은 이런 거래를 두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려는 사람이 쓰는 돈이 아니다”라며 “의미 있는 자산군으로 보고 들어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225억원짜리 포켓몬 카드를 내놓았던 유튜버 겸 프로레슬러 로건 폴 역시 527만5000달러(약 72억원)에 샀던 카드를 3배 넘는 값에 되판 셈이다. 시장 데이터 업체 체이스 소사이어티는 전문 감정을 받은 포켓몬 카드를 모두 시세로 따지면 90억달러(약 12조3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했다.

카드를 자산으로 보는 이들이 늘면서 감정 수요도 폭증했다. 데이터 업체 젬레이트에 따르면 카드 상태를 1~10등급으로 매기는 미국 감정업체 PSA가 지난달 처리한 포켓몬 카드는 130만장을 넘어 2021년 같은 달의 10배에 달했다.

되팔이가 직업이 되기도 한다. 영국 리버풀의 조던 던(34)은 연봉 7만파운드(약 1억2700만원)를 받던 데이터 분석가 자리를 지난해 그만두고 빈티지 카드를 사들여 되파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베이 라이브 방송으로 몇 시간 만에 6만파운드(약 1억900만원)어치를 판다는 던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120만파운드·약 21억7000만원)의 3배가 넘는 약 400만파운드(약 72억4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시장이 터무니없어졌다”며 “은행가·투자자·변호사·코인 투자자들이 들어와 값에 상관없이 뭐든 손에 넣으려 한다”고 전했다. 손더스 애널리스트도 “이베이 같은 경매 사이트에 오르면 값이 오르기 매우 쉽다”고 부연했다.

스타벅스가 지난 15일 출시한 '피너츠' 가을 한정판 굿즈.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스타벅스가 지난 15일 출시한 '피너츠' 가을 한정판 굿즈.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지갑 여는 어른 노린 ‘한정판’…아이들엔 ‘그림의 떡’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판을 짜기 시작했다. 포켓몬컴퍼니는 2023년 첫 세대 팬에게 익숙한 원조 캐릭터들로 ‘151’ 세트를 내놨고, 이듬해엔 모바일 카드 게임을 출시해 수집가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딜러들은 다음달 포켓몬 카드 출시 30주년이 또 한 번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희소성을 설계하는 곳까지 나왔다. 스타벅스는 스누피 컵 구매를 1인당 2개로 묶고, 한정 기간에만 판매했다.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특정 등급의 멤버십 회원이거나 특정 상품을 사야 손에 넣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갖고 싶고 흥미로운 물건이 된다”고 짚었다. 스타벅스 대변인도 컵 같은 부가 상품을 점점 수집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만들어진 희소성과 진짜 희소성은 다르다는 진단이다. 포켓몬컴퍼니는 해마다 새 카드를 수십억장 찍어낸다. 영국 카드 시세 앱 카드폴리오의 오즈 카라 공동창업자는 “최신 카드는 포켓몬컴퍼니의 재인쇄를 막는 법이나 규제가 없지만, 빈티지 카드는 정말 희소하다”고 말했다.

한편 과열 경고와 함께 정작 어린 팬들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는 포켓몬컴퍼니와 함께 지난 15일부터 30주년 기념 카드 상품을 뜯지 않은 채 되파는 것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사실상 되팔이를 겨냥한 조치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