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독 외교장관, 우크라 전쟁 이후 유엔서 첫 회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AM 07:0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러시아와 독일 외교장관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로 회담에 나섰다. 양국 외교 수장이 직접 만난 것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4년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이 이날 유엔본부에서 만나 약 20분 동안 양국 현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각각 상대방이 먼저 회담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바데풀 장관은 회담 후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측에 같은 방식의 행동을 계속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다”며 “우리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고, 반격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로이터)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얼어붙었다. 올해 8월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사건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양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독일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 영사관 한 곳과 베를린의 러시아 문화센터를 폐쇄했다바데풀 장관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도 “라브로프 장관에게 긴장을 완화할 기회를 제시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라브로프 장관에게 이를 다시 강조하고 마침내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촉구했다”고 말했다.

바데풀 장관은 이번 회담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여러 나라의 많은 동료들이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을 검토해보라고 요청했다”며 “유럽이 러시아와의 모든 소통을 미국에만 맡겨두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독일 측으로부터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공식 입장 외에 새로운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바데풀 장관에게 ‘그냥 전화해서 내 성명을 읽어보라고 하면 됐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독일 외무장관이 마지막으로 회담한 것은 2022년 1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시작하기 한 달 전이었다. 이후 2024년 11월 당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숄츠 총리의 후임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지자로 꼽힌다. 그는 독일 정부가 러시아와의 대화 가능성에는 열려 있지만, 러시아가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고 동맹국들과 긴밀히 조율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대화에 나설지를 둘러싼 문제는 유럽 각국 정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자체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유럽과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폴란드는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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