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던 중 국가 연주에 맞춰 상공을 비행하는 B-1 폭격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그는 “결국 어느 쪽도 상대방을 움직일 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모두 국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중관계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시 주석과 중국이 분명 더 강한 행위자로 비쳤다”고 말했다.
◇정책 양보 없이 ‘강대국 이미지’ 챙긴 시진핑
중국이 얻은 것은 구체적인 정책적 양보보다는 정상외교를 통해 만들어진 정치·외교적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닐 토머스(Neil Thomas) 중국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했던 것을 얻었다”며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모습을 연출하고 중국 국내에는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이 의미 있는 정책적 양보를 하지 않고도 미중관계의 안정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러셀(Daniel Russel)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화려한 의전과 실제 협상 내용 사이의 불균형에 주목했다. 그는 약 90분간의 실질적인 정상회담에 비해 의전 행사가 두드러졌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극진히 대우하는 장면 자체가 중국의 위상과 시 주석의 입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경제관계에서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상을 주도하기 어려운 구조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웬디 커틀러(Wendy Cutler) ASPI 부회장 겸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은 중국이 핵심광물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한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가진 지렛대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두 달간의 무역휴전 연장이 미국에 중국의 기존 합의 이행을 압박할 시간을 줄 수 있지만 양측이 새로운 경제적 압박 조치를 내놓으며 서로를 계속 시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희토류는 향후 미중 힘겨루기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벤 새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렛 페털리(Brett Fetterly) 더아시아그룹 고위임원은 중국의 희토류·핵심광물 공급 보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관세 협상의 핵심이었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Daniel Kritenbrink)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역시 중국이 기존 합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는 게 미국 당국자들의 불만이라며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앨런 칼슨(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코넬대 정부학과 교수와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중국분석센터 선임연구원,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브렛 페털리 전 미 상원의원 국가안보보좌관, 웬디 커틀러 ASPI 부회장 겸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 (사진=코넬대, ASPI, 미 국무부, 더아시아그룹)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이 중시해온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기존 입장이 추가로 중국 쪽으로 이동했다는 뚜렷한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칼슨 교수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긍정적인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을 달래기 위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더 이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최근 미중 간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이를 두고 “글로벌 정치에서 패권이 넘어가는 순간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도 시 주석이 미국에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유지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중국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일 뿐 새로운 강경 노선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 보면 “대만 문제에서 의미 있는 것이 나온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음 시험대는 정상회담 이후가 될 전망이다. 페털리는 중국이 대규모 대만 무기 판매가 양국 간 휴전을 흔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며 미국이 검토 중인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대만 무기 패키지가 실제로 추진되는지가 양국 관계의 안정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어느 한쪽이 상대를 압도할 정도의 협상력을 확보한 새로운 미중 질서라기보다 서로 결정적인 양보를 받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경쟁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양국의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칼슨 교수는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