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달러 준대도 데이터센터 싫어"…현금 뿌려도 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PM 03:0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소도시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업체가 주민들에게 가구당 1만달러(약 14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여전히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소음과 집값 하락 우려에 더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미국인들. (사진=AFP)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미국인들. (사진=AFP)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헤이즐 타운십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노스포인트 디벨롭먼트로부터 가구당 1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조건은 타운십이 노스포인트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노스포인트는 포코노산맥 인근 약 1300에이커(약 160만평) 부지에 총 15개 건물을 조성할 계획이다. 노스포인트는 사업이 승인되면 지역 내 약 4500가구에 각각 1만달러씩, 총 450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해당 지역의 가구 중위소득은 약 6만 달러로, 1만 달러는 6개월치 월세를 낼 수 있는 돈이지만 상당수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주거환경 악화와 부동산 가치 하락이다. 예정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장기간 이어질 공사와 데이터센터 소음을 우려하며 “1만 달러로는 떨어질 집값을 보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 대한 불신도 크다. 일부 주민들은 대형 개발업체들이 지방정부에 세금 감면과 각종 지원을 제시하며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지난달 지방정부와 데이터센터 기업 간 비밀유지계약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노스포인트는 현금 지급 외에도 향후 15년간 경찰과 지역사회 시설 등에 총 1억2000만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스포인트 측은 주민 설명회를 통해 물 사용량과 전력비, 소음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있으며 당초 회의적이던 일부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노스포인트는 지난해 주민 설명회에서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주민들에게 무엇이 돌아오느냐”는 불만이 제기된 뒤 가구당 현금 지급 방안을 마련했다.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을 제공해 사업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일부 주민들은 이를 사실상 동의를 얻기 위한 ‘현금성 당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한 주민은 “많은 사람이 ‘우리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즐 타운십은 지난해 11월 용도지역 규정을 이유로 노스포인트의 사업을 불허했다. 노스포인트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타운십은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동안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은 미국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데이터센터 개발은 민주·공화 양당 유권자 모두에서 반발이 나오는 이례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오라클은 지난 24일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공사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 등으로 지연되자 개발사인 블루아울 캐피털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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