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20원에 먹고 자고…中서 'PC방족' 확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AM 10: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사업에 실패한 뒤 PC방을 집 삼아 먹고 자는 이른바 ‘PC방족’이 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은 소셜미디어(SNS) 생방송을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실상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싼허 인력시장 인근 PC방에서 한 남성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싼허는 일용직으로 연명하며 PC방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사진=홍콩01 캡처)
중국 광둥성 선전의 싼허 인력시장 인근 PC방에서 한 남성이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싼허는 일용직으로 연명하며 PC방 등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사진=홍콩01 캡처)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 SNS에서는 ‘왕바대신’(PC방을 전전하는 ‘신’이라는 뜻)을 자처하며 PC방 생활을 촬영해 올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PC방 가죽 의자에 몸을 파묻고 컵라면을 먹으며 게임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PC방을 잠자리로 삼는 사람도, 일을 그만두고 아예 PC방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아사히는 지난 7월 중순 중국 남부 구이저우성 쭌이의 한 PC방을 직접 찾았다. 이곳은 SNS에서 꽤나 알려진 곳으로, 1시간 최저 이용료가 6마오(약 122원)에 불과해 ‘6마오 PC방’으로 불린다. 하루 24시간을 머물러도 14.4위안(약 2918원) 정도다. PC방에서 생활하는 결정적 이유가 ‘돈’ 때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곳에선 매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으로 손님들의 모습을 비추는 생방송이 진행된다. PC방 사장이 방송용 스마트폰을 들고 손님 자리를 돌며 입담을 늘어놓거나 시청자 댓글을 읽어주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후원 기능을 통해 손님들에게 컵라면이나 이용료 등을 선물할 수 있다. 손님들은 ‘형제’로 불리며, 시청자들은 “지린성 형제 있나?”처럼 출신 지역별로 후원을 자청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영상에 따르면 지금까지 후원을 받은 손님은 5만명이 넘는다. 사장은 손님들에게 가족 같은 따뜻함을 주고 이곳을 ‘쉼터’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면 밖 실상에 다가가기는 쉽지 않았다. 아사히가 취재를 시도했지만 PC방 측은 “해외 언론 취재는 받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기자가 쭌이역에 도착한 직후부터 당국 관계자로 보이는 3인조가 따라붙었고, PC방 안에도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PC방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 베이징의 한 PC방에서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AFP)
기자는 결국 심야를 기다려 다른 PC방을 찾았다. 오후 11시30분인데도 자리는 거의 꽉 차 있었다. 1~2개월 전부터 이곳을 이용했다는 34세 남성은 “근처에 산다”며 자신의 거처로 안내했다. 아파트의 바람이 들이치는 자전거 주차장 한구석, 버려진 의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이었다. 짐은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 모기향 하나가 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수입원이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슈팅게임 아이템을 사고팔아 하루 수십위안, 한 달에 1000~2000위안(약 20만~41만원)을 번다. 식사는 1~2위안(약 203~405원)짜리 고기만두 등으로 때우고, 하루 한 끼로 버틸 때도 있다. 그는 “살이 빠졌다”며 웃었다.

쓰촨성 출신인 이 남성은 노점을 하거나 플라스틱 공장을 운영했지만 수년 전 모두 망했고, 지난해엔 산사태로 고향 집까지 쓸려갔다고 했다. 이어 올해 춘제(설) 직전인 2월 일자리를 찾아 집을 나섰지만 구하지 못했고, 결국 이 PC방으로 흘러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대로 여기 계속 있다간 죽고 말 것”이라면서도, 다른 성으로 가 일자리를 찾고 싶지만 번 돈이 대부분 PC방 이용료로 나가 교통비조차 모으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사정으로 PC방에 발이 묶인 사람이 많다고도 부연했다.

취재는 오래가지 못했다. 공안을 자처하는 남성이 나타나 인터뷰를 중단시켰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은 주차장 소파에는 다른 남성이 잠들어 있었다. 이 남성은 쭌이 출신 30세로, 의류 공장에서 일했지만 “해외 주문이 줄어 일감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 달 전부터 PC방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에도 인터뷰 도중 낯선 남성이 끼어들어 촬영한 영상을 지우게 했다.

취재·보도 통제는 해외 언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인기 왕바대신들의 영상이 지난해 잇따라 사라졌다. 최근 중국에서 ‘탕핑’(드러눕기라는 뜻으로 최소한만 일하며 무기력하게 사는 태도)을 다룬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PC방족도 같은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추정했다.

아사히는 “경쟁에 지쳐 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고, 일할 의지가 있어도 경제가 침체된 탓에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며 “(당국은) 이런 상황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SNS가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삶을 비췄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화면에 비치지 않는 세계에야말로 외면해선 안 될 중국 사회의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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