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비료값도 급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료 공급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중동 전쟁으로 비료 수출길이 막히면서 비료 가격은 1년 새 최대 50% 올랐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버티려고 빌리는 단기 대출의 금리도 올랐다.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올린 탓이다. 중국 등과의 무역 분쟁으로 대두 등 주요 작물의 수출길도 막혔다.
일리노이주에서 7대째 농사를 짓는 존 옐리는 “우리 카운티는 크지 않은데 올해에만 농부 3명이 망했다”며 “모두가 ‘계속할 가치가 있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값 부담에 성인이 된 뒤 처음으로 경유를 한꺼번에 사지 못하고 1000~1500갤런씩 나눠 사고 있다고 했다. 16세 아들과 12세 딸에게 농장을 물려줄지에 대해선 “지금 이대로라면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 와인 산지에서 약 10에이커(약 4만㎡) 규모로 채소를 기르는 새미 투키도 경유와 골판지 상자, 비료값이 1년 새 두 자릿수 올랐지만 손님이 떠날까 봐 판매가를 충분히 올리지 못했다. 다음달 말 결혼을 앞둔 그는 “가정과 농장을 함께 꾸리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40년 농사를 접고 지난 7월 은퇴한 그의 의붓아버지 조지 키비는 “우리 같은 작은 농부들에겐 기회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에런 레먼 아이오와농민연합 회장은 “우리 농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농장이 올해 적자를 예상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대부분 손실을 봤다”며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농사를 이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농부들은 날씨 같은 예측 불가능성엔 익숙하지만, 정책 결정이 농부들을 경제적 피해의 맨 앞에 세운 것이 매우 답답하다”고 했다.
미 연방법원 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1년간 가족농 파산(챕터12) 신청 건수는 336건으로 전년(282건)보다 약 20% 늘었다. 농업 분야 변호사 톰 아자미는 “많은 농부가 벼랑 끝에 있다. 지금은 20% 증가지만 앞으로 두 달, 넉 달, 다섯 달 뒤엔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장담한다”고 말했다.
농촌 민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민감한 문제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농촌 지역 표의 64%를 얻었다. 하지만 폭스뉴스 분석에서 농촌 유권자의 트럼프 대통령 순지지율(지지율에서 반대율을 뺀 값)은 지난해 초 +20에서 지난 5월 -14로 떨어졌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공화당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 등 농업 지역 의원들은 즉각적인 대책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경유 수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전문가 상당수는 경유값 인하 효과에 회의적이다. 미국농업인연맹 등은 2018년 이후 그대로인 연방 농업대출 한도를 높이는 내용 등이 담긴 새 농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존 뉴턴 미국농업인연맹 공공정책·경제분석 담당 부회장은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 회기에 들어가면 많은 사안에서 초당적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거나 연내 경유값이 내려가더라도 지금 수확 중인 농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CNN은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