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낮전기 저장했다가 공급…송전망 병목 풀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AM 04:31

[글=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정리=이데일리 김영환·정두리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첨단 제조, 방산, 우주·항공, 바이오처럼 한국의 다음 30년을 책임질 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안정적이면서 경제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희소한 자원인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이 산업 정책 추진의 선결 조건이 되는 시대다.

전력 공급 부족 우려를 키우는 AI데이터센터를 계산에서 빼더라도 미래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과 히트펌프·전기차 보급에 따른 열·동력의 전기화를 고려하면 전기 사용량이 대폭 늘어난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우라늄을 포함해 약 93%로, 199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사실상 개선되지 않았다.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중립을 추진하려면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면서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전력 인프라를 제때 확충하는 일은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 일이 됐다.

하지만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에는 10년 안팎이 걸리는 만큼, 수요가 눈으로 확인된 뒤에 착수하면 이미 늦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이상을 보급하려는 정부의 목표 역시 발전소와 송전망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달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정부가 29일 ‘전력망 혁신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호남지역의 전력망 통제를 완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책을 중장기적인 전력 수급과 투자 계획으로 연결할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대규모 발전설비의 건설 계획을 중심으로 담았던 전기본이 이제 지속가능한 전력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기본에는 입지를 사전에 결정하기 어려운 발전원들이 계통에 접속하는 절차와 비용 부담 규칙을 담아야 한다. 발전량과 수요의 변동에 대응하는 유연성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이를 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할지도 제시해야 한다. 장기 고정가격 계약처럼 투자 회수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와 발전·소비 위치에 따른 전력망 여건을 반영하는 요금 체계도 필요하다.

비상시에 대비해 유지하는 안보 전원에 평상시 어떤 보상을 제공할지, 이러한 제도와 시장 규칙을 어떤 거버넌스 아래 일관되게 집행할지도 담아야 한다. 이러한 규칙이 뒷받침돼야 전력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실제 설비 확충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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