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브렉시트, 득보다 실"…EU 재가입 문도 열어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AM 10:0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해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시인했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10년 만에 현직 총리가 브렉시트를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버넘 총리는 연내 EU와의 정상회담에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겠다면서 재가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 (사진=AFP)
2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앤디 버넘 영국 총리. (사진=AFP)
◇“솔직히 지금 상황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2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이날 총리 취임 후 처음 맞은 리버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며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충분히 좋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다. 브렉시트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최대 시장인 EU와의 장기적 관계를 정하기 전까지는 영국이 이번 세기를 헤쳐 나갈 분명한 길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버넘 총리는 또 브렉시트가 영국에 통제권을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경제와 이민 관리 모두에서 역효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통제권을 되찾자’는 2016년 국민투표 당시 탈퇴 진영의 핵심 구호였다.

현직 총리가 브렉시트의 피해를 인정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전임 키어 스타머 총리도 지난해 12월 브렉시트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스타머 전 총리는 무역 마찰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그쳤다. 브렉시트 전체를 ‘득보다 실’로 결산한 것은 버넘 총리가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버넘 총리는 평소 EU와의 관계 강화를 주장해왔지만, 총리가 되기 전인 지난 5월엔 “지금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브렉시트) 논쟁을 다시 벌이는 것”이라며 재논의에 선을 그었다. 불과 넉 달 만에 브렉시트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셈이다.

◇1인당 GDP 최대 8%↓…“잘한 결정” 30%뿐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51.9%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했고, 2020년 1월 EU를 떠났다. 지난 10년 동안 영국 총리는 6차례 바뀌었다. 국민투표를 주도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후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잇따라 브렉시트 문제로 물러나는 등 정치적 혼란도 컸다.

경제적 대가는 더 컸다. 니컬러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지난해 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8% 낮았다. 기업 투자는 12~18%, 고용과 생산성은 각각 3~4% 줄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도 브렉시트로 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약 4%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관·검역 등 행정 절차부터 인력 이동, 금융 영업에 이르기까지 EU 단일시장을 떠난 대가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관세는 대부분 면제됐지만 EU로 물건을 보낼 때마다 통관 신고와 원산지 증명이 필요해졌고, 육류·유제품 등 식품은 국경에서 위생·검역 절차를 거쳐야 했다. EU 시민의 자유로운 취업이 막히면서 외식·농업·물류 업종은 일손 부족에 시달렸고, 런던 금융사들은 EU 전역에서 영업할 수 있던 단일 인허가 권리를 잃었다.

파나소닉·소니 등 일부 해외 기업들은 유럽 본부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금융사들은 아일랜드·독일·프랑스 등에 EU 거점을 새로 세우고 일부 인력을 옮겼다. 언스트앤영(EY)에 따르면 2022년 3월까지 런던에서 EU로 옮겨간 금융업 일자리는 약 7000개에 달했다.

결국 여론도 돌아섰다. 국민투표 10주년이던 지난 6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서 브렉시트가 옳은 결정이었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어떤 형태로든 EU에 다시 가입하길 원했다.

(사진=AFP)
(사진=AFP)
◇연내 EU 정상회담…“재가입 배제 안해”

버넘 총리는 EU와의 장기적 관계에 대해 “선택지는 여러 가지”라며 연내 열릴 영국·EU 정상회담에서 이를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당초 7월 예정이던 정상회담은 스타머 전 총리의 사임으로 연기됐다. 그는 브렉시트로 타격을 입은 국내 산업의 이익 확보와 이민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했다.

영국과 EU는 지난해 5월 브렉시트 이후 첫 정상회담을 열고 방위·안보 협력, 농식품 교역 장벽 완화를 위한 위생·검역 협정 추진, EU 어선의 영국 수역 조업권 12년 연장 등에 합의하며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다만 스타머 전 총리는 EU 단일시장·관세동맹 복귀는 없다는 ‘레드라인’을 고수했다.

버넘 총리가 재가입을 직접 주장하진 않았지만, 총리실 대변인은 EU 재가입을 포함해 어떤 결과도 배제하지 않았다. 노동당 한 고위 인사는 이코노미스트에 “언젠가는 EU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너선 레이놀즈 기업통상부 장관 등은 재가입이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맞서는 등 당내 이견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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