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의 마드리드 지방정부 청사 앞에 차려진 강제퇴거·주택난 항의 농성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AFP)
대책은 법령 2건 형태로 즉시 효력이 생기지만, 한 달 안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2일 표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지난주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마리카르멘 아바스칼(87)의 강제퇴거가 계기가 됐다. 아바스칼은 아버지가 1956년 처음 세 들어 산 아파트에서 71년 동안 살았다. 오랫동안 임대료 상한 규제 덕분에 싼 월세를 냈지만, 2018년 부동산 업체 우르바헤스티온이 건물을 사들인 뒤 사정이 달라졌다.
상한 규제는 옛 임대계약(렌타 안티구아)의 승계를 두 차례로 제한한 1994년 개정 법에 따라 끝났다. 규제가 풀리자 우르바헤스티온은 월세를 아바스칼이 받는 연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올렸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아바스칼은 결국 법원 명령에 따라 들것에 실려 집에서 쫓겨났고, 병원에 입원했다.
아바스칼의 사연이 알려지자 분노는 거리로 번졌다. 지난주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시위는 바르셀로나, 세비야, 말라가 등으로 확산했다. 지난 26일에는 수천명이 마드리드 도심을 행진했고,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수백개의 텐트가 들어섰다. 마드리드 세입자조합은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다음 주말 전국 시위를 예고했다.
모니카 가르시아 보건장관은 5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투기적인 주택 시장에 개입해 일반 시민과 벌처펀드 사이의 균형을 잡기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서도 “시위와 농성 덕분이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사벨 로드리게스 주택장관은 “의회는 마리카르멘에게 그의 고통이 헛되지 않았다고 말해줄 기회를 갖고 있다”며 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르바헤스티온을 두고 “엄밀히 말해 펀드는 아닐지 몰라도 벌처 소기업이며 매우 약탈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의회 통과는 불투명하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소수 연립정부는 과반 의석이 없어 법령 통과에 번번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 4월에도 임대 계약 연장 법령이 우파 정당들의 반대로 막혔다.
이번에도 표결의 열쇠를 쥔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당 ‘준츠’의 미리암 노게라스 대변인은 소규모 임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아파트나 식당, 부동산에 저축을 투자한 사람들까지 한 바구니에 넣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제1야당 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이번 대책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8년 동안 스스로 만든 문제를 임기 연장만을 노린 법령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스페인의 주택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집값은 1년 전보다 12.2% 올랐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021~2025년 인구 증가에 필요한 물량보다 주택이 75만채 덜 지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아바스칼은 전날 마드리드시의 중재로 우르바헤스티온과 합의해, 시세보다 훨씬 싼 월 500유로(약 77만원)가량을 내고 집에 돌아가기로 했다. 아직 합의서에 서명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