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최악의 9월"…美국채, 더 잔인한 10월 오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09: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국채 시장이 4년 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금리 상승이 펀드들의 강제 매도를 부르고, 이 매도가 다시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채권 시장에서 10월이 9월보다 더 가혹했던 만큼 고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사진=AFP)
(사진=AFP)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9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 넘게 올라 5.3%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최고치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글로벌 금융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32조달러(약 4경3440조원) 규모 시장에서 보기 드문 움직임이라고 FT는 평가했다.

매도세는 당초 미국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시작됐지만, 이번 주 들어 펀드들의 연쇄 매도로 번졌다.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일부 펀드는 의무적으로 국채를 팔아야 했고, 이것이 추가 매도를 불러 금리를 더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악순환이다. 무엇이 이를 끊을지 알 수 없다”며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 아무도 달려오는 화물열차 앞에 서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3.4%로 시장 예상(3.7%)을 밑돌았지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했다. PCE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재무부의 국채 매입 확대를 결정했지만 매도세를 막지 못했다.

금리 상승 배경에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악화한 점이 있다. 대형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 견조한 성장 전망, 40조달러(약 5경4300조원)를 넘어선 국가부채도 금리를 밀어 올렸다.

기술적 요인도 가세했다. 매슈 스콧 얼라이언스번스타인 글로벌 트레이딩 책임자는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대량 보유한 헤지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신탁)가 장기 국채를 대거 팔았다고 전했다. 금리가 오르면 주택 대출 조기 상환이 줄어 MBS의 만기가 길어지는 만큼, 이를 상쇄하려 다른 장기채를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루트 나시카르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국채 선물 시장에 큰 포지션을 보유한 레버리지 펀드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비슷한 흐름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고틀랜더 씨티그룹 북미 스와프 트레이딩 책임자는 “매도세가 나타나면 포트폴리오의 다른 부분에서도 위험을 줄여야 한다”며 “그래서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대규모 매도 국면에선 싼값에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나서 시장을 안정시키지만 “아직 추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0월 전망도 밝지 않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채권 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미국 종합채권지수(AGG)는 9월 2.5% 넘게 떨어졌다. 2000년 이후 이 지수의 월평균 수익률은 10월(-0.11%)이 가장 낮았고 9월(-0.04%)이 뒤를 이었다. 2016년, 2018년, 2020~2023년에는 9월과 10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가이 르바스 재니 채권 전략가는 계절적 신호를 지나치게 해석해선 안 된다면서도 “경제 환경의 장기적 변화는 여러 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최근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5년째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금리 상승을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앤드루 크레이 크레센트 그로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이 강하게 오른 뒤라 사람들이 5%, 6%, 7%라는 금리 수치를 보고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채권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높으면 정기적으로 받는 이자도 많아져, 금리가 더 올라 평가손실이 나더라도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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