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7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 또는 이란 연계 선박들은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아시아 해역을 떠돌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우려한 일부 아시아 항구와 해운업체들까지 연료·식량·수리 등 각종 지원을 거부하면서 이들 선박의 고립이 장기화하고 있다.
전쟁 이전에는 이란산 원유를 실은 선박들이 말레이시아 연안 국제수역으로 이동한 뒤 다른 유조선에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중국 정유시설에 공급했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른바 ‘그림자 거래’ 방식이다.
원유를 넘긴 유조선들은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 원유를 싣고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일부는 이란 국적 선박이었고, 일부는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운항했지만 이 같은 제재 회피 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4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바다 호르무즈 해협에 배 한 척이 보인다.(사진=로이터)
미국의 대이란 강경 노선을 지지하는 단체인 ‘핵무장 이란 반대연합(UANI)’이 최근 말레이시아 연안 국제수역을 둘러본 결과, 원유를 모두 비운 이란 연계 유조선들이 곳곳에 장기간 정박해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WSJ는 전했다. 상당수는 지난 7월부터 같은 해역에 머물고 있었다.
이 가운데 미국의 제재 대상인 유조선 ‘엘바’는 지난 6월 이란 하르그섬에서 원유를 실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뒤, 8월 다른 선박에 원유를 옮겨 싣고도 이란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말레이시아 연안에 머물고 있다.
원유시장 분석가들은 아직 구매자에게 넘겨지지 않은 이란산 원유 물량이 앞으로 몇 주 안에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이란의 원유 판매 대금 지급도 연말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락샤히 원유분석 책임자는 “12월이 되면 이란의 모든 수입이 제로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를 떠나 인도양과 스리랑카 해안 쪽으로 이동한 이란 유조선도 상당수다. 스리랑카는 이란과 비교적 가깝고 과거부터 이란 선박에 연료와 식량, 수리 서비스를 제공해온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콜롬보 주재 미국대사관은 스리랑카 정부에 서부 해안 인근의 이란 유조선 19척을 추적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WSJ이 확인한 스리랑카 정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 측은 현지 항만 서비스 업체들이 이들 선박을 지원할 경우 미국의 2차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할 것을 스리랑카 당국에 촉구했다.
이후 많은 이란 선박들이 스리랑카 영해에서 더 멀리 떨어져 인도양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선박 추적 데이터와 스리랑카 해운업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연료를 아끼기 위해 엔진 가동을 최소화한 채 표류하고 있다.
9월 중순에는 콜롬보 주재 미국대사관이 스리랑카 정부 관계자 40여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교육을 진행했다. 미국 측은 이 자리에서 해운대리점, 연료 공급업체 등 현지 업체들이 제재 대상 선박을 “알게 모르게” 지원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에릭 메이어 주스리랑카 미국대사는 9월 성명에서 “스리랑카는 세계 교역의 전략적 교차로에 위치해 있으며, 이는 막대한 기회와 동시에 경계의 필요성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스리랑카 파트너들과 미국의 전문성을 공유하며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