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세계 첫 '친환경 부담금' 부과…항공권에 최대 4.4만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PM 04:4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항공권에 ‘친환경항공유 부담금’을 부과한다. 승객에게 직접 돈을 걷어 지속가능항공유(SAF) 구매에 쓰겠다는 취지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사진=AFP)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사진=AFP)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민간항공청(CAAS)은 이날부터 판매하는 항공권 가운데 내년 1월 1일 이후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1인당 1~41.6싱가포르달러(약 1064~4만4264원)의 부담금을 매기기로 했다. 좌석 등급과 목적지에 따라 금액이 다르며, 환승객은 대상에서 빠진다.

목적지는 거리에 따라 4개 권역으로 나뉜다.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 권역은 이코노미·프리미엄이코노미석 2.8싱가포르달러(약 2979원), 비즈니스·일등석 11.2싱가포르달러(약 1만1917원)다. 가장 먼 미주 노선은 각각 10.4싱가포르달러(약 1만1066원)와 41.6싱가포르달러다.

SAF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다. 싱가포르는 걷은 돈으로 전담 기관을 통해 SAF를 사들여 우선 전체 항공유 수요의 1%를 채울 계획이다. 2030년까지는 이 비중을 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당초 CAAS는 올해 4월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연료비 상승을 이유로 미뤄왔다. 화물기 부과 시점은 이해관계자가 많은 화물 운송의 특성을 고려해 내년 10월로 늦췄다.

부과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치솟은 상황이어서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항공권 가격이 “불가피하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평소의 3분의 1인 네 번만 탔다는 호주 퍼스의 부동산 투자자 크리스 아무어는 “사실상 이중으로 걷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항공사들은 이미 늘어난 연료비를 메우려 항공권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승객에게 직접 돈을 걷는 싱가포르 방식은 SAF 사용을 의무화한 유럽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미국과 다르다. IATA에 따르면 올해 세계 SAF 생산량은 240만톤(t)으로, 전체 항공유 수요의 0.8%에 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NEF는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2%를 차지한 국제선 항공의 탈탄소화에 SAF가 핵심 수단이지만, 비용이 비싸 추가 정책 지원 없이는 보급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급업체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베인캐피털이 투자한 재생연료 공급업체 에코세레스의 마티 리에보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획이 “모든 생산자에게 물류·가격·원료 추적성 측면에서 어떻게 경쟁할 수 있을지 투명성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대 SAF 정제시설을 운영하는 핀란드 네스테는 각국 정부가 수요를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며, 아시아 각국의 의무화 조치가 내년 말까지 생산량을 220만t으로 늘리려는 자사 계획에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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