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덮친 '채권 쇼크'…美·英·佛 국채금리 수십년 만에 최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2일, AM 04:27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전세계 채권시장이 거센 매도세에 휩싸이면서 미국과 유럽의 국채금리가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30년물은 6%를 넘어섰다. 프랑스 10년물도 5%에 육박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를 노린 저가매수가 유입되면서 국채금리가 5.2%대로 후퇴했고 금리 급등에 밀렸던 뉴욕증시도 반등했다.

각국 화폐 (사진=로이터)
각국 화폐 (사진=로이터)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5.34%까지 뛰었다. 2002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3분기에도 21세기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최근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쇼크는 미국에 그치지 않았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6%를 돌파해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5%에 육박하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금리 격차는 2010년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일본 국채금리도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국채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중동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졌다. 이날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예상보다 견조한 글로벌 경제와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자금 수요를 늘리면서 장기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로이터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AI·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경제성장과 향후 단기금리 수준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자본을 둘러싼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로이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로이터)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전망도 채권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시장이 기존 금리인하 기대를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시장은 내년 중반까지 연준이 최소 세 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올렸으며 시장은 내년 중반까지 세 차례의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는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에 부담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각국 정부의 이자비용을 늘리는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대출금리를 끌어올린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선진국이 지난 1년간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국채에 지급한 이자만 3조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세계 AI 투자액 추정치 2조600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다만 이날 미국 채권시장은 장중 고점을 찍은 뒤 다소 진정됐다. 금리가 수십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자 저가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이 국채시장에 들어오면서 10년물 금리는 오전 후반 5.26% 안팎까지 내려왔다. 미 국채 수익률곡선 전반에서 금리가 하락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채권 매도에 베팅했던 쏠림이 되돌려진 것도 국채 가격 반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금리가 고점에서 내려오자 뉴욕증시도 안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제조업 지표에서 물가 압력이 확인되면서 장 초반 하락했지만 10년물 금리가 2002년 이후 최고치에서 후퇴하자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채권금리 하락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되살린 것이다.

S&P500지수 장중 추이 (자료: CNBC)
S&P500지수 장중 추이 (자료: CNBC)
그렇다고 채권시장의 불안이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웃돌고 있고 미국의 고용시장도 여전히 견조하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가 얼마나 더 올라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니 자이드 트웬티포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금융여건이 긴축되고 경기둔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현재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강한 경기와 AI 투자 확대가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한편 자금 수요와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양면적인 상황이다. 당분간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경로가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의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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