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던에 발목잡힌 나이키…올해 매출 더 줄고 또 감원한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2일, AM 07:0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업체 나이키의 부활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러닝 등 기능성 제품에서는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과 스포츠웨어, 조던 브랜드의 부진이 이를 압도하고 있어서다. 나이키는 올해 매출이 한자릿수 후반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내년부터 추가 감원에 나서기로 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여 제품 혁신에 다시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여성이 나이키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여성이 나이키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1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나이키는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12억1000만달러(약 15조2344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113억2000만달러를 밑돌았다. 순이익은 7억1200만달러로 1년 전 7억2700만달러보다 2% 감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48센트로 예상치 43센트를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앞으로의 실적에 쏠렸다. 나이키는 2027회계연도 전체 매출이 한자릿수 후반대 비율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2.4% 감소보다 훨씬 큰 폭이다. 조정 EPS 전망치도 1.15~1.35달러로 시장 예상치 1.68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이날 실적 발표 후 나이키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 넘게 하락하고 있다.

◇러닝 살아나는데 왜 나이키는 더 어려워졌나

문제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1분기 중화권 매출은 무려 26% 감소했다. 9개 분기 연속 감소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나이키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지만 현지 브랜드 선호가 높아진 데다 온러닝과 호카 같은 기능성 중심 브랜드와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사업 개선을 위해 “긴박감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이키의 핵심이었던 라이프스타일 제품도 힘을 잃고 있다. 이번 분기 전체 매출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친 스포츠웨어 매출은 두자릿수 초반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힐 CEO는 “현재 라이프스타일 시장에는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하고 이것이 고객 유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소비자가 신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리더인 우리가 스포츠웨어에 더 많은 창의성을 가져와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일부 클래식 제품에서도 판매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용품업체 딕스스포팅굿즈는 최근 에어포스원 등 나이키의 일부 클래식 제품 판매가 둔화했다고 밝혔다. 재고가 쌓이면서 유통업체들이 할인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채널에서도 약점이 드러났다. 소비자직접판매(DTC) 매출은 8% 감소했다. 온라인 매출이 13%, 나이키 직영점 매출이 5% 줄었다. 도매 매출도 1% 감소한 68억달러에 그쳤다.

힐 CEO는 2024년 취임 이후 개별 스포츠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한편 소원해졌던 유통업체들과 관계를 복원하는 데 집중해왔다. 러닝 등 일부 영역에서는 잃었던 시장을 되찾는 성과가 나타났지만 아직 전체 실적을 돌려놓기에는 부족하다.

힐 CEO는 “나이키의 퍼포먼스 사업은 아직 스포츠웨어와 조던 브랜드, 중화권에서 받고 있는 압박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다”며 “이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완전한 효과를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킹오브프러시아몰의 한 매장에 나이키 신발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킹오브프러시아몰의 한 매장에 나이키 신발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또 감원…이번엔 ‘빠른 나이키’ 만든다

결국 나이키는 또다시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발표한 감원 계획이다.

나이키가 ‘페이스(Pace)’라고 이름 붙인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조직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 지역 조직을 △미주 △아시아태평양·중화권 △유럽·중동·아프리카 등 3개 권역으로 재편한다. 중화권은 아시아태평양에 통합하고 기존 아시아태평양에 속했던 중남미는 북미와 묶는다.

공급망 현대화와 인도 신규 캠퍼스 구축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2027년부터 인력 감축이 시작된다.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나이키는 이를 통해 2031회계연도까지 약 25억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약 10억달러의 세전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힐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래는 더 빠르게 움직이고, 선수와 소비자를 지역별로 더 잘 지원하며, 혁신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의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콘퍼런스콜에서도 조직 단순화를 통해 수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선수 지원과 혁신, 브랜드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힐 CEO가 취임한 지 곧 2년이 되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할 만한 실적 회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이키 주가는 올해 들어 40% 이상 떨어져 5년 연속 연간 하락을 향하고 있다. 다음달 예정된 힐 CEO 취임 이후 첫 투자자 설명회가 나이키가 내놓을 구체적인 반전 전략을 확인하는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사진=나이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사진=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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