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신혼부부 주연 '웨딩 영화' 인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2일, AM 10:2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에서 신랑·신부가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웨딩 영화’가 새로운 결혼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결혼 건수는 줄고 있지만 수천달러를 들여 영화 수준의 대본과 의상, 촬영팀을 동원해 자신들만의 러브스토리를 만드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교회 앞에서 커플이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7월 중국 베이징의 한 교회 앞에서 커플이 웨딩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젊은 커플들 사이에서는 전문 제작진을 고용해 2~3분 길이의 웨딩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형식은 ‘삼생삼세’라고 불리는 판타지 장르로, 신랑 신부가 고대 왕조와 중화민국 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여러 생에 걸쳐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 스토리다.

촬영 현장은 실제 드라마 제작을 방불케 한다. 감독과 촬영감독, 사진작가, 헤어·메이크업팀이 참여하고 갑옷과 한푸 등 시대별 의상과 세트도 동원된다. 일부 커플은 다섯 번이나 여섯 번의 생을 연기하는 확장판까지 주문한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중국 웨딩 영상업체 시주르필름의 ‘삼생삼세’ 패키지는 의상과 촬영 장소, 대본 맞춤 정도에 따라 최대 1만6000위안(약 325만원)에 달한다. 다섯~여섯 생을 다루는 상품은 가격이 두 배가량 뛴다. 일반 웨딩사진 패키지가 5000~8000위안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웨딩 영화의 인기는 침체된 중국 결혼 시장과 대비된다. 중국의 혼인 신고 건수는 2024년 610만건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해 반등한 뒤 올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결혼 건수는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결혼 자체는 줄었지만 결혼을 선택한 커플들은 오히려 자신들만의 경험에 더 많은 비용을 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보고 있다. 시주르필름의 공동창업자 뤄웨이는 “예전에는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사람이 확실하다고 느낄 때만 결혼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중국 Z세대의 영상 중심 소비문화와 한푸·궈펑 열풍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90초 안팎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중국 웹드라마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단편 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제작 인력과 기술이 크게 늘었다. 관련 수요는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인기 촬영지에서는 여러 업체가 한꺼번에 몰려 촬영 순서를 기다리는 경우까지 생겼고, 일부 업체는 웨딩사진 패키지에 저가 웨딩 영화를 무료로 끼워주며 가격 경쟁에 나서고 있다.

뤄웨이는 “현실에서는 자신의 인생 대본을 완전히 직접 쓸 수 없지만 촬영장에서는 자신이 줄거리와 결말을 결정할 수 있다”며 “바로 그 경험이 젊은 커플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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