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철수"…김정은 재회 시 '최악 시나리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2일, AM 11:0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네 번째 만남이 거론되는 가운데, 두 사람을 한자리에 앉혀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준비 없이 회담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같은 ‘최악의 거래’에 합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 당시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AFP)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와 김정은을 한 방에 두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준비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환심을 사려는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합의가 뒤따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1953년 이후 북한의 공격을 억제해 온 주한미군의 상당수를 철수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세 차례 만남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도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칭하며 재회를 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김 위원장은 “괜찮을 것”이라며 “그는 나를 존중하고 좋아한다”고 주장해 왔다.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18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성사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건너오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 최초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APEC 계기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을 약 50%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 인정하는 것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실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이 핵폭탄 57~12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20개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한다고 부연했다. 또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미국·유럽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30년에 걸친 국제사회 노력에도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지 않은 결과다. 김 위원장은 부친처럼 핵무기를 정권 붕괴를 막는 최선의 보증수단으로 여긴다. 자국민에게 살해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처럼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핵무기를 만들지 못한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이 이런 인식을 더욱 굳혔을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하는 미국의 공식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며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의 ‘평화 우선’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비핵화 논의를 일단 미뤄두면 더 작고 다루기 쉬운 의제에서 진전을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핫라인 설치, 상호 방문, 교역·투자 확대, 군사분계선 인근 병력 후방 배치 등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 요구를 거두면 북한이 핵무기를 일부 줄이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병력 지원을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정책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거래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이를 어긴 북한이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도 이를 눈여겨볼 것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론 김 위원장이 어떤 합의든 유리할 때 언제든 깰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공포를 부추겨 스스로를 ‘인민의 보호자’로 내세우는 것이 체제 선전의 핵심인 만큼, 핵 인정을 대가로 덜 호전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북한과의 합의는 무엇이든 극도로 기술적일 수밖에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세부 사항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의 친구가 자신을 계속 좋아하고 존중하게 두는 편이 훨씬 낫다. 멀리서”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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