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G7 비축유 푼다…경유 중심 최대 1억배럴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3일, AM 12:23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주요 7개국(G7)과 파트너국들이 치솟는 경유(디젤) 가격을 잡기 위해 최대 1억배럴의 비상 비축유를 풀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에 비축유 방출을 요구하며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까지 거론한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란 전쟁 이후 원유보다 더 가파르게 치솟았던 경유 가격은 발표 직후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네소타주의 한 기업이 아이오와주에 15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네소타주의 한 기업이 아이오와주에 15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유럽이 막대한 양의 비축 경유를 방출하기로 방금 합의했다”며 “이 과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G7과 파트너국들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율 아래 향후 4개월에 걸쳐 최대 1억배럴의 경유와 원유 비축분을 방출할 예정이다.

현재 G7 의장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G7이 연료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전략 비축분을 합의한 비율에 따라 방출하기로 약속했으며 특히 경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금지를 하지 않는 데도 모두 동의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美 ‘경유 수출금지’ 압박에 유럽 움직여

이번 합의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추가 공급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경유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은 자체 생산량보다 경유 소비량이 많아 부족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유럽의 경유 공급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유럽 국가들에 비축 경유 방출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들은 경유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G7 차원의 비축유 방출 계획이 공개된 셈이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최대 1억배럴이 전부 새로운 방출 물량인지는 불분명하다. G7의 후속 성명은 지난 3월 결정됐지만 아직 시장에 공급되지 않은 물량이 이번 1억배럴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IEA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에도 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조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이 당시 약속한 물량을 충분히 빠르게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이날 G7 정상들은 고유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이날 G7 정상들은 고유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AFP)
◇경유값 폭등에 중간선거 부담…발표 직후 가격 급락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석유제품 가격이 있다.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오른 데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동 가능한 정유시설이 부족해지면서 경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원유보다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주유소 경유 가격은 최근 갤런(약 3.8리터)당 6.50달러(약 8760원)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경유 선물가격도 한때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 수요를 위축시킬 정도의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높은 연료 가격은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경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가운데 이번 합의가 나왔다고 전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경유 가격과 브렌트유 선물은 비축유 방출 소식 이후 급락했다. 석유시장의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유의 원유 대비 프리미엄은 전날 배럴당 76.77달러에서 이날 장중 69달러까지 떨어졌다.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한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차량에 주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한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차량에 주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AFP)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