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페어퍼드의 영국 공군(RAF) 페어퍼드 기지 활주로에 미 공군 B-1 폭격기가 서 있다. 미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이 기지에 배치됐던 B-1 폭격기를 전부 미국 본토로 철수시켰다고 확인했다.(사진=AFP)
뉴욕타임스(NYT)도 미 관리 2명을 인용해 이란과 연계된 새로운 음모 위협이 나온 뒤 철수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긴급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번 음모에 영국인들을 포섭했다고 전했다.
페어퍼드 기지는 미국의 유럽 내 핵심 공군기지로, 장거리 타격을 맡는 미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전진작전기지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대이란 작전에서도 미 폭격기 출격 기지로 쓰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로 미국이 유럽에서 폭격기 전진작전기지로 가장 선호해온 곳에서 핵심 전력을 빼게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 기지가 공격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켈리 그리코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9일 뉴스위크에 지상에 세워둔 항공기가 약점이라며, 미 공군기지 한 곳이 공격받으면 군사적 피해보다 정치적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은 이번 철수가 해외 타격 능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관리는 “B-1, B-2, B-52 등 미 폭격기 전력을 운용하는 장병들은 미 본토에서 출격·귀환하는 작전을 포함해 언제 어디서든 정밀 타격 능력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철수는 지난달 27일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테러 모의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이다. 당시 경찰은 새벽에 수상한 승합차 3대와 복면을 쓴 남성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20대 영국인 남성 5명을 체포했다. 신고는 지역 농민 외에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이 직접 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다.
체포된 용의자들은 폭발물 관련 범죄와 테러 준비 혐의를 받았지만, 차량 수색에서 사제폭발물은 나오지 않았고 휘발유만 일부 발견됐다. 5명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들의 보석 결정을 비판했다.
수사는 지난주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남성이 테러 준비 혐의로 체포되면서 확대됐다. 이 남성도 전날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번 사건 관련 체포자는 모두 6명이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모두 이란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밝혔듯이 이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영국 정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배후를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영국 대테러 경찰도 외국 정부 개입 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갈래로 수사 중이다.
이란은 관여를 부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체포된 남성들이 알고서든 모르고서든 대리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작전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영국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에 깊이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 해왔다. 개전 초기엔 미국이 영국 기지에서 이란 공습에 나서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이후 키어 스타머 전 영국 총리는 지난 3월 인도양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기지 등 영국 군기지를 미국이 ‘방어 목적’에 한해 쓰도록 허용했고, 버넘 총리도 지난 7월 이를 이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