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보우소나루 1위…과반 못넘어 결선行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5일, AM 11:33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4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이 오는 25일 결선투표로 넘어가게 됐다. 좌파 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0)와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자유당 상원의원 모두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브라질을 넘어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당국에 따르면 개표율 98.62% 기준 플라비우 의원은 47.27%를 득표해 룰라 대통령(44.88%)을 앞섰다. 두 후보 모두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하는 데 필요한 50%를 넘지 못했다. 브라질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플라비우 의원은 직전 대선 패배 이후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수감 중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가 최종 승리한다면 중남미에서 부상하고 있는 우파 세력의 중요한 승리로 부각될 수 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긴밀한 우호 관계를 구축해온 인물이 브라질 권력을 잡는다는 의미도 있다. 에콰도르,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2025년 1월 이후 중남미에서 치러진 7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우파 또는 강경 우파 후보가 승리했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상원의원(사진=로이터)
4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상원의원(사진=로이터)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좌파 정치의 상징적 인물로, 여성, 가톨릭 신자, 저소득층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부친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 받은 플라비우 의원은 강경한 치안 문제 해결 등으로 보수 성향의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과 고소득층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플라비우 의원의 ‘깜짝 1위’가 플라비우 의원 자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룰라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항의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브라질의 불평등과 실업률이 하락했으나 유권자들은 높은 생활비와 가계부채, 길거리 범죄와 조직범죄 확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플라비우 의원은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불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결선투표는 이달 25일로, 그동안 룰라 대통령과 플라비우 의원은 수백만 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이번 1차 투표에서 제3의 후보들에게 표를 준 약 8%의 유권자다. 이 후보들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우파 성향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에 결선에서는 플라비우 의원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판세를 뒤집으려면 투표를 포기하거나 무효표를 던진 수백만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이날 브라질 유권자의 약 20%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자신의 출마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가문의 복귀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플라비우 의원은 자신이 당선될 경우 부친과 2023년 1월 정부 청사를 습격한 우파 폭도들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사태는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과 비교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플라비우 의원은 부친을 유죄 판결한 기관들에 대한 보복도 예고하고 있다.

플라비우 의원 본인도 수십억달러 규모 사기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문제의 은행가로부터 부친 전기영화 제작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모금한 뒤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정 후보를 공식 지지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의 핵심 인물이다. 룰라 대통령은 플라비우 의원을 비판하면서 그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묘사했다. 미국의 선거 개입 우려가 커지자 브라질은 외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전자투표 시스템의 신뢰성을 근거 없이 의심하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브라질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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