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담에 재협상까지…고금리에 상업용 부동산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6일, AM 11:1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부 도시에서 오피스와 쇼핑몰, 호텔 등을 중심으로 최근 회복 조짐이 나타났지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고 거래와 대출 시장의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8월 말부터 이달 2일까지 미국 대표 리츠지수인 ‘FTSE 상장리츠지수(FTSE Nareit All Equity REITs Index)’는 8%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 상승했다.

금리 상승은 과거 낮은 금리로 조달한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부동산 소유주들의 부담도 키우고 있다. 만기 때 대출을 갚거나 차환하지 못한 소유주들은 연체에 빠지거나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별도로 관리하는 특수관리 대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 아파트(사진=AFP)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한 아파트(사진=AFP)
데이터업체 트렙에 따르면 8월 기준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에 편입된 대출의 11.42%가 특수관리업체의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환 지연이나 만기 차환에 어려움 겪는 대출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미 합의한 부동산 거래의 조건을 다시 협상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매수자들이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낮춰주거나 다른 조건을 양보하지 않으면 거래를 포기하겠다고 매도자를 압박하는 식이다. 이런 움직임은 늦여름 채권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나타났고,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시사한 뒤 더욱 강해졌다.

통상 규모가 큰 산업용 부동산 거래는 매수자가 계약서에 서명한 뒤 실제 매매가 완료되기까지 6~12개월이 걸린다. 지금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를 때는 이 기간 동안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스텀 캐피털은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약 2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약 20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으나 보증금을 내기 전에 자금 조달 금리가 0.6%포인트 넘게 올랐다. 이스텀 캐피털의 설립자 겸 대표 맷 로젠탈은 가래를 포기하겠다고 압박한 끝에 매도자로부터 60만달러의 가격 인하를 끌어냈다. 그는 “이제는 확실히 완전히 다른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제프 파워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전무도 지난달 “금리가 오른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거래 재협상 얘기를 꺼내는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동산 가치 하락, 개발 둔화,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의 차환 난항 등 고금리로 인해 시장 스트레스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는 짚었다.

마커스앤밀리챕의 IPA 캐피털마켓 부문 전무인 바비 워헤인은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충격은 부동산 소유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고 거래가 줄면 재산세와 부동산 이전세 세수도 감소한다. 금리 상승은 개발업체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결국 건설 노동자, 건축가, 건축 자재에 대한 수요 역시 줄어든다.

미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하인스의 공동 투자운용 책임자인 알폰소 멍크는 “넘어야 할 수익률 기준 자체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상업용 및 다가구 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5조달러를 웃돈다. 이는 미국인들이 보유한 신용카드 부채와 자동차 대출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럼에도 은행과 투자펀드들은 여전히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우량 프로젝트를 두고 대출기관 간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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