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랑스, 2012년 남유럽 악몽 반복되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7일, PM 06:1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점진적인 변화만으로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프랑스가 처한 상황을 2010년대 초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와 비교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위기의 중심에 섰던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재정건전성을 회복한 것처럼 프랑스도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최근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를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날에는 수치가 4.7%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그리스와 이탈리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차(스프레드)도 최근 15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서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독일 국채 금리와 스프레드는 유럽 국가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가 수년간 확대해 온 정부 지출의 청구서를 이제 받아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에 육박하고,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 등 정부부채만 1조달러를 웃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당시 경제를 떠받친 대규모 재정지출이 구조적인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금리다. 저금리 시절에는 막대한 부채를 쌓아도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국채금리가 5% 안팎까지 오르면서 신규 차입과 기존 부채 차환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남부 바요뇌에서 열린 전국 단위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남부 바요뇌에서 열린 전국 단위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우리의 미래가 아니"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AFP)
프랑스 정부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시도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2027년 예산안에서 약 430억유로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했으나 의회가 분열된 상황에서 대규모 지출 삭감안 통과는 쉽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긴축과 공공서비스 확대를 동시에 요구받는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파리 외곽에서 교사 부족과 낙후된 학교 시설 등에 항의하며 시작된 학생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날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25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섰다. 주최 측은 이보다 훨씬 많은 4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학생들은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 학교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결원 교사 충원과 학교시설 개선 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치솟는 국채금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거리에서는 오히려 교육을 비롯한 공공서비스 지출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당시에도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불신이 국채 투매와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고 그리스에서 시작된 불안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번졌다.

이번에는 유로존 2위 경제대국 프랑스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프랑스 국채시장의 규모와 유럽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문제가 악화할 경우 다른 유로존 국가로 충격이 전염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유로화 가치까지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12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프랑화, 일본 엔화 대비로도 급락했다.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전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예산안이 통과돼 지출을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있다면 시장은 이런 구체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에 안도할 것”이라면서도 “공공재정을 정비하지 않을 경우 프랑스는 고금리에 ‘질식’할 것”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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