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교통예산 더 준다니”…자녀 9명 美장관이 미는 정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8일, PM 04:5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산율과 혼인율이 높은 지역에 대중교통 예산을 더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주당에선 “기괴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사진=AFP)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사진=AFP)
7일(현지시간)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연방교통청(FTA)은 대중교통 사업비 지원 비율을 최대 10%포인트 높여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사업 노선 일대의 평균 출산율과 혼인율이 전국 기준치를 충족하거나 웃돌면, 또는 약간 밑돌더라도 적용된다. 지난 1일 공개된 이 방안은 오는 11월 16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다. 확정 시기와 수혜 지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철도 개선, 버스전용차로 신설 등을 지원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본투자보조금(CIG)’ 지침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CIG는 심사에만 수년이 걸리고, 구속력 있는 보조금 협약을 맺어야 돈이 나온다.

현재 연방 지원 비율은 대형 신규 사업은 최대 60%, 기존 노선 증설은 최대 80%로 제한돼 있다.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게이트웨이’ 철도 터널, 시카고 레드라인 연장 등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 회계연도엔 의회 예산 17억달러(약 2조2800억원)에 2021년 인프라법에 따른 16억달러(약 2조1500억원)가 추가 배정됐다.

이번 방안은 자녀 9명을 둔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의 역점 과제다. 더피 장관은 지난해 초 취임 직후 출산율과 혼인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에 보조금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층에겐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다자녀 가장이다.

교통부는 성명에서 “연방정부는 이용객이 많고 효율적이며 비용 부담이 적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방 지원을 원한다면 사업이 지역사회와 가족이 실제로 성장하는 곳과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통부는 공항에 놀이공간과 수유실을 늘리는 ‘가족 친화적 여행’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족 여행을 독려하는 ‘위대한 미국 자동차 여행’ 영상 시리즈도 내놨다.

미국 출산율은 지난해 15~44세 여성 1000명당 53.1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출산 대통령’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상원 세출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패티 머리 의원(워싱턴주)은 “교통 예산을 혼인율과 여성이 낳은 아기 수에 연동하는 건 TV 프로그램에나 나올 기괴하고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보조금을 무기 삼아 퇴행적인 문화전쟁을 벌이고 민주당을 응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 세출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사 들로로 의원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FTA를 이끈 피터 로고프 전 청장(현 교통 컨설턴트)도 “출산과 결혼을 장려하려는 이념가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라며 “이를 인프라 사업으로 이루려는 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뒤 동네에 경전철이 들어올지 모르니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자고 하는 부부가 정말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출산율·혼인율이 낮은 지역의 사업이 “명백히 불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연방법상 이런 데이터를 써야 할 의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사업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이지, 기혼자나 부모를 실어 나르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대중교통협회(APTA)는 FTA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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