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전체 위기론 과해"…글로벌 큰손 저가 매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8일, PM 04:5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프랑스 재정 불안으로 유럽 채권시장이 흔들리자 글로벌 큰손들이 급락한 유럽 회사채와 이탈리아 국채 등을 저가 매수하고 있다. 프랑스발 충격이 2010년대 초 유로존 전체 재정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여러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매도세에 휩쓸려 급락한 유럽 회사채와 국채 매수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사진=AFP)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사진=AFP)
애버딘 인베스트먼츠의 알렉스 에버렛 펀드매니저는 최근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신규 투자에 나섰다면서 “이번 상황은 2010년대 초반의 반복이 아니다, 최근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유럽 국채시장은 훨씬 강력한 제도적 뒷받침과 시장 신뢰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가매수 움직임의 배경에는 최근 프랑스 국채시장의 급격한 매도세가 있다. 이달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유로존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프랑스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25년 만의 최고 수준인 5% 가까이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정부가 안고 있는 3조5000억유로 규모의 막대한 부채가 지속 가능한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투자자들의 불안 정도를 보여주는 프랑스 10년물 국채와 독일 국채 스프레드도 1.4%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달 초보다 약 3분의 2 증가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부채 문제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국가들의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이탈리아 국채의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1.1%포인트를 넘어섰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수에 따르면 유럽 투자등급 회사채의 국채 대비 옵션조정스프레드(OAS)는 9월 초 0.8%포인트에서 이달 2일 1.0%포인트까지 상승했다가 6일에는 0.95%포인트로 소폭 낮아졌다.

가격이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프랑스발 충격에 휩쓸렸지만 실제 프랑스 국가신용 위험에 대한 노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을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다.

투자회사 WiM의 제임스 카터 채권부문 공동대표는 “최근 며칠간 움직임은 과도했다고 판단해 일부 프랑스 회사채를 저가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WiM은 보험사 악사(Axa)와 은행그룹 BNP파리바 등이 발행한 채권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나인티원도 고수익 채권지수를 통해 유럽 회사채 투자를 확대했다. 나인티원의 제이슨 보보라-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를 억제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2027년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국채 자체를 직접 추가 매수할 만큼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대신 최근 프랑스 국채 움직임의 영향을 받았지만 실제 프랑스 국가신용 위험에 대한 노출은 매우 낮은 다른 자산들을 추가로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로더의 제임스 링거 글로벌 채권 펀드매니저도 그동안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벤치마크보다 적게 보유하는 전략을 취해왔지만 최근 이들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 규모를 소폭 늘렸다. 유럽 투자등급 회사채 투자도 확대했다. 그는 “프랑스 상황이 결코 해결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펀더멘털이 더 강한 다른 국가의 국채와 자산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유로존 재정위기와 같은 경제적 파국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는 데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신뢰가 있다. ECB가 과거와 달리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ECB가 수년간 유로화를 지키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온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 국채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6일에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대통령 후보인 마린 르펜 하원의원이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면서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해 프랑스 국채 금리가 하락했으나 다음날 유가가 상승한 데다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공공재정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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