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정 위기에…"국채보다 기업채가 '안전자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8일, PM 05:07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프랑스 국채금리 급등세에 총 2150억 유로(약 322조 7400억원) 규모의 현지 기업채가 정부 발행 국채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저금리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경제재정부 청사 전경. (사진=로이터)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경제재정부 청사 전경. (사진=로이터)
8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프랑스 투자적격 등급 기업채 중 약 38%가 동일 만기의 프랑스 국채(OAT)보다 낮은 금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불과 120억 유로에 불과했던 국채금리 역전 기업채 규모는 불과 10개월 만에 약 18배 늘었다.

이 같은 기현상은 프랑스 정부의 재정 적자 목표치 미달,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대치,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안감 등이 국채 신뢰도를 갉아먹은 결과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 대신 로레알, 토탈에너지스 등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다국적 기업들의 회사채를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파리에 본사를 둔 산업용 가스 제조기업 에어리퀴드가 대표적이다. 7일(현지시간) 에어리퀴드가 단행한 20억 유로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는 약 125억 유로 규모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엘리사 벨가셈 제네랄리 인베스트먼트 선임 크레딧 전략가는 “프랑스 정부의 국채 리스크와 민간 기업의 신용 리스크가 완전히 디커플링(탈동조화)됐다”며 “투자자들이 발행사의 재무건전성과 매력적인 투자 수익률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드워드 칼리 PGIM 유럽 투자적격 회사채 총괄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핵심은 해당 기업이 어디에서 매출을 올리느냐에 있다”며 “로레알이나 LVMH의 경우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국가 재정 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짚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프랑스 국채에 대한 노출도가 높고 경제 정책의 간접적 영향권에 있는 은행권 회사채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실제 프랑스 시중은행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담보하는 신용부동스왑(CDS) 프리미엄은 타 유럽 국가 은행들을 상회하며 급등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신용도 면에서 국가가 기업보다 우위에 서야 하지만, 최근 선진국 전반에 걸친 재정 적자 누적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이어지며 기업채가 국채보다 안전해지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과거 미 국채 금리가 마이크로소프트(MS) 회사채 금리를 상회하거나 유로존 부채 위기 당시 스페인·이탈리아 일부 기업채가 자국 국채보다 강세를 보인 바 있지만, 프랑스처럼 대규모로 고착화된 것은 이례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2024년 중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수습 실패 이후 프랑스 채권 시장을 짓눌러온 정치적 불확실성은 내년 대선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멜리사 맥컬럼 바클레이즈 크레딧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국가 신용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시기에는 국채 금리가 기업채 금리의 하한선 역할을 해주던 기존 시장 공식이 깨진다”며 “특히 고신용 등급뿐만 아니라 BBB 등급의 중위권 우량 회사채까지 국채금리 밑으로 내려앉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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