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이 국제법 수호에 평생을 바친 인물에게 돌아간 가운데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발표했다. 국제법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가치 충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법을 통한 평화와 정의 실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필라이에 대해 “탁월한 용기와 청렴성을 바탕으로 더욱 포괄적인 국제법 질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며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집단학살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나비 필라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진=AFP)
1941년 남아공 더반에서 인도계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 전 대표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체제 아래 성장했다. 이후 변호사로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비롯한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인사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이후 남아공 고등법원과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ICC에서 판사로 재직했으며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현재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미얀마의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을 담당하는 임시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강간과 성폭력이 반인도범죄뿐 아니라 집단학살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법적 판단이 확립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집단학살을 선동하는 선전 행위만으로 피고인을 기소하는 법적 선례를 마련하는 데도 기여했다.
올해도 노벨평화상 수상을 희망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불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후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자신의 수상 불발에 대해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면서 자신이 8개의 전쟁을 해결해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나는 한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도 끊임없이 막고 있다”며 자신의 역할 덕분에 이들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정부는 미국 관할 지역에 있는 ICC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과 개인은 6개월 내로 ICC와의 거래를 끊어야 한다. 앞서 ICC 관계자 개인을 대상으로 가했던 제재를 기관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이스라엘도 반발했다. 필라이 전 대표가 이끈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위원회는 2025년 9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발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