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누가 당기나"…美 '총살형 생중계'에 군 내부도 '술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1일, PM 05:46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총기 난사범을 생중계 총살형에 처하겠다고 밝힌 뒤, 미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법적·인도적 정당성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논란은 지난 5일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니달 말릭 하산에 대해 총살형 집행을 권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8일 현지 매체 리얼아메리카스보이스 인터뷰에서 “군인들로 구성된 총살분대가 하산을 처형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런 행위에 얼마나 심각한 대가가 따르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같은 날 하산의 사형 집행을 생중계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사형 집행 대상자인 니달 말릭 하산 전 미 육군 소령은 2009년 11월 텍사스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3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2013년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집행은 범행 발생 시각에 맞춰 오는 12월 3일 오후 1시 포트후드 기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하산은 당시 현장에서 총상을 입어 현재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다.

그러나 생중계 방침이 알려지자 미군 내부와 정계는 즉각 술렁였다. 미국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미군이 집행 부대를 정했으나, 당사자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 등을 고려해 사형 집행인을 선정하는 데 난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중계 중 집행인의 신원을 가리기 어려운 데다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 여론 탓에 집행인이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파병 경험이 있는 한 미 육군 장교는 CNN에 “공개 처형은 미국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훼손한다”며 “휠체어에 탄 남성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지켜보도록 제복 군인들에게 강제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 난사범 니달 말릭 하산.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2009년 포트후드 미군기지 총기 난사범 니달 말릭 하산. (사진=연합뉴스 로이터)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9일 현지 매체에 “그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자란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솔직히 말해서 모든 게 생중계로 진행된다면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존 커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공개 처형을 로마 제국 검투사 경기처럼 즐기려는 욕구가 커질 때 문명은 약화하고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도 “이란·아프간 같은 억압적 독재 국가들이 하는 짓이 미국에서 벌어져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교황 레오 14세는 10일 엑스(X)에 “사형은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에 대한 공격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적었다.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역시 “죽음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으며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대변인실 역시 고문방지협약 위반이자 잔혹한 처사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법적·실무적 정당성도 안갯속이다. 주 법률상 통상 처형 참관인은 관련 공무원과 피해자 가족, 언론 대표 등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의 사형 당시에도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만 폐쇄회로(CC)TV로 공개된 바 있다. 아울러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형 생중계가 자사 폭력 콘텐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당초 계획을 승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물러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내가 승인했다”며 “그에게 아주 합당한 최후”라고 밝혔으나, 하루 뒤인 10일 기자들을 만나 “생중계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여러 관점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릴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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