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폭주’…꼬여만 가는 러-우크라戰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1일, PM 07:15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주의적 외교 행보를 이어가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구도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미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표심잡기를 위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이란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선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직격, 파열음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후 러시아가 즉시 30만톤(t) 이상의 경유를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음달 50만t, 이후 100만t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며 정유설비 상태에 따라 300만t을 더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발맞춰 미 재무부도 러시아 경유 관련 제재를 내년 4월까지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조치를 했다.

이 같은 미국의 기습적인 조치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거세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종전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이뤄진 것이어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강력한 파트너(미국)의 약한 결정”이라며 “푸틴에게 주는 선물은 문명사회의 평화나 그 어떤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더 큰 테러와 배신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대러시아 제재법에 서명한 바 있다. 제재 이후 불과 3주 만에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이 직접 수입하겠단 조치를 발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일방주의적 외교 방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란 평가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 전쟁의 자금줄을 끊겠단 기존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조차 “크렘린의 전쟁기계에 자금을 댈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그래픽=문승용 기자
트럼프의 폭주 배경엔 다음달 열리는 중간선거가 있다. 현재 미국내 평균 경유가는 갤런당 6.28달러로, 1년 전 3.67달러보다 2배 가까이 올랐고, 지난달엔 사상 최고치(6.52달러)를 기록했다. 농민·트럭기사·목장주 등 경유 의존도가 높은 유권자층을 의식해 물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물가 폭등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게 돌리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서 “많은 합의를 이룰 수 있었음에도 단 한 번도 합의하지 않은 젤렌스키 대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는 폭탄발언을 한 셈이어서 장기화 중인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우크라이나의 유럽 동맹국들 역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에너지 수익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에 핵심적”이라며 “이번 합의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군수산업체 1600곳을 겨냥한 역대 가장 포괄적인 제재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의 스테판 코르네리우스 대변인도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계속 준수할 것”이라며 “유럽 파트너들과 추가 제재를 논의 중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흔들림 없다”고 강조했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 역시 자신의 X를 통해 “모스크바에서조차 연료 부족 현상이 발생 중인데 수출할 여유 물량이 어디서 나온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재집권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 칭하거나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벌이는 등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정유시설 공격 금지 요구와 사퇴 압박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 관계는 사실상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있는 상황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