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월마트 매장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AFP)
맥도날드는 최근 AI 기반 ‘가격 엔진’으로 미국 매장의 메뉴 가격을 정하고, 빅맥과 감자튀김 값을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받았다는 혐의로 연방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맥도날드는 AI로 개별 소비자가 낼 의향이 있는 가격을 산정한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가맹점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구와 자원, 연구, 권고를 제공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전반에서 AI 도입은 빨라지고 있다. 크로거는 올해 초 AI 플랫폼 ‘플래시푸드’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할인해 앱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플랫폼 레볼루트는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얼굴만 보고 결제하는 안면인식 결제를 시범 운영했다.
미로슬라바 마리노바 이스트런던대 상법 선임강사는 변동 가격제에 대해 “수요나 시간대, 수용 능력, 경쟁사 가격 등 시장 여건에 따라 가격을 바꾸는 것”이라며 “항공사와 호텔, 차량호출 서비스는 이미 수년간 써온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클레어 롬바델리와 루팔 파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기술 발전으로 가격이 더 자주 바뀌고 개인별로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기업이 소비자가 낼 수 있는 최대 가격에 최대한 가깝게 값을 매기는 ‘완전한 가격 차별’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물가 통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대표 가격 표본을 바탕으로 하는데, 가격이 소비자마다 끊임없이 다르게 바뀌면 ‘대표 가격’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린다는 설명이다.
AI는 기업이 모을 수 있는 소비자 정보의 양도 바꾸고 있다. 거래 내역과 검색 행태, 위치, 구매 패턴까지 수집할 수 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는 지난 7일 사진을 올리거나 식단 아이디어만 입력하면 장보기 목록을 만들어주는 AI 기능을 내놨다.
마리노바 강사는 “변동 가격제는 주로 시장 여건에 반응하지만, 맞춤형 가격은 소비자 정보로 지불 의사를 추정한다”며 “기업들이 시장 정보와 점점 더 상세한 소비자 데이터를 결합하면서 둘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짚었다.
월마트와 크로거는 개인별 가격을 매기는 데 변동 가격제를 쓰지 않으며, 운영 효율화에 AI를 활용할 뿐이라고 밝혀왔다.
미국 일부 주는 규제에 나섰다. 뉴욕주는 고객 개인정보로 가격을 정하는 기업에 이를 명확히 공개하도록 했다. 메릴랜드주는 식품 소매·배달업체가 개인 데이터로 특정 식품 값을 더 받지 못하게 막았다. 뉴저지주와 코네티컷주도 이른바 ‘감시 가격’을 겨냥한 조치를 마련했다.
맞춤형 가격이 소비자에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에겐 할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받은 가격이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인지, 자기 행동 정보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마리노바 강사는 “가격을 비교하기도, 같은 제품에 다른 소비자가 다른 가격을 제시받는지 알기도 훨씬 어려워진다”며 “소비자 선택이 기업을 견제하는 효과가 약해진다”고 경고했다.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들도 “같은 물건 값이 사람마다 다르면 인플레이션도 개인화된다”며 “총량 지표가 가계의 체감과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