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 반대 시위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무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AFP)
11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의 후티 공습에 동참할지 묻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빠르게 결정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사우디는 미국에 ‘긴급 방어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같은 날 리야드 공항이 후티 미사일에 맞아 미국인 1명 등 13명이 숨지고 300명 넘게 다친 데 따른 대응이다. 10여년 만에 사우디 최악의 참사다. 공항은 이날도 피격당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만 해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공습 요청을 두 차례 거절했다. 미국은 공습 대신 100명 넘는 군사고문을 보내 정보 지원에 그쳐왔다. 이란전으로 요격미사일 재고가 바닥난 데다,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을 피하려 해서다. 하지만 미국인 희생으로 개입 압박이 커졌다.
로이터통신과 CNN은 후티의 확전을 미·이란 전쟁의 연장선으로 봤다. 미국이 참전하면 이란 전쟁의 ‘제2전선’에 발을 들이는 셈이다. 이란은 일단 중재자를 자처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 측에 사우디·예멘 간 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나서도 승산은 미지수다. 스테이시 페티존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지상군을 보내거나 예멘 정부군 역량을 크게 끌어올리지 않는 한, 미국도 막지 못한 공격을 사우디가 막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고민도 깊다. CNN은 사우디가 지상군 투입을 계속 미룰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지상군을 보내면 값비싼 장기전에 빠지고, 빈 살만 왕세자가 공들인 ‘안정된 투자처’ 이미지도 흔들릴 수 있다.
튀르키예·파키스탄·이집트·사우디는 공동성명에서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위험한 확전”이라며 사우디의 대응을 전폭 지지했다. 튀르키예·파키스탄은 지난주 사우디와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병력 ‘신속 배치’에 합의했다. 다만 튀르키예는 파병과 공격 작전 참여는 배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칼리드국제공항의 관제탑.(사진=AFP)
후티는 지난달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를 장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은 것처럼 해상 길목을 틀어쥔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 뒤 사우디 원유 수출 통로가 된 홍해마저 위협받게 됐다.
후티는 담맘 공항과 아람코 시설 2곳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카미스 무샤이트를 향한 탄도미사일도 요격되는 등 공격은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후티 외무부는 “사우디가 침략을 멈추지 않으면 더 나쁜 일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이란의 대미 전쟁 전략을 본떠 기반시설을 노리고 세계 경제에 비용을 지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는 수십억달러(수조원)를 들여 1발에 최대 500만달러(약 67억원)인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까지 갖췄다. 하지만 후티는 현지에서 조립한 값싼 드론과 이란 설계 미사일만으로 수도 공항을 멈춰 세웠다.
나드와 알다우사리 중동연구소(MEI) 객원연구원은 “후티는 신뢰할 만한 위협에 직면해야만 물러선다”며 “지금까지 그런 위협은 없었다”고 말했다.
파장은 에너지·투자·항공으로 번지고 있다. 엑손모빌·셸·BP·토탈에너지스 최고경영자(CEO)들은 리야드 세계석유총회 참석을 취소했다. 리야드 금융지구는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올해 3.6% 역성장이 예상되는 사우디로선 이달 말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앞두고 악재가 겹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항공편 1000편 이상이 취소됐다. 유럽~아시아 2대 항로 중 하나인 사우디 영공도 사실상 막혔다. 미 연방항공청(FAA)도 사우디 상공 비행 주의보를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