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퀸 시리킷 국립 컨벤션 센터(QSNC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그룹(WBG) 연차총회 기간 중 ‘세계 경제 전망’ 기자간담(사진=AFP)
전망 상향의 주요 배경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관련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IMF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멕시코, 태국을 AI 하드웨어 공급 확대의 수혜국으로 지목했다. 이들 국가를 비롯해 AI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부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
하지만 성장의 과실은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세계 성장 기여분의 95%를 차지하는 국가는 지난 4월 54개국에서 32개국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가의 47%는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AI 공급망 밖에 있으면서 에너지 수입 부담까지 커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중동 산유국의 전망은 특히 악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3.3%로 낮아졌다. 이란(-7.6%), 이라크(-16%), 쿠웨이트(-16.7%), 카타르(-15.6%), 아랍에미리트(-3.9%)도 역성장이 예상됐다. IMF는 원유 비축분 방출과 공급선 전환, 석유 소비 감축이 충격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이런 대응이 없었다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2.5%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국 가운데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로 유지됐다. 유로존은 AI 관련 투자와 국방비 확대를 반영해 0.9%에서 1.1%로 높아졌고, 인도는 올해와 내년 모두 7.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고유가와 내수 부진으로 올해 4.5%, 내년 4.0%로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IMF는 호르무즈 해협이 내년 3월 재개방된다는 가정 아래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96달러, 내년 87달러로 잡았다. 전쟁 악화로 유가가 내년 1분기까지 130달러를 유지하면 올해와 내년 세계 성장률은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보다 1.1%포인트 높은 5.2%까지 오를 수 있다.
AI 투자 자체도 변수다. 예상한 생산성 개선이 실현되지 않아 투자가 급감하고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 2028년 세계 GDP 규모가 기본 전망보다 1.1% 작아질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미국의 감소 폭은 1.8%로 추산됐다. 투자 위축의 직접적인 영향만 따져도 미국 GDP는 0.8%, 아시아 기술 수출국 GDP는 최대 0.4% 줄어들 수 있다. 자산가격 하락과 금융여건 악화가 충격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기술 도입과 투자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2029년 세계 GDP가 기본 전망보다 0.6% 커질 수 있다.
실바나 텐레이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회복력을 보였지만 압박받고 있으며 성장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IMF는 높은 국가부채와 차입비용 상승에 대비해 각국이 재정 여력을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