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에도 조용했던 '조기경보' 왜?…사우디 행보에 비판 가중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PM 01:38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 공습으로 300여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지만, 정작 사우디 당국은 주민 대상 조기 경보 발령을 돌연 중단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공습 당시 사람들이 반응하는 순간 연기와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 포착됐다. (사진=AFPBB/로이터)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공습 당시 사람들이 반응하는 순간 연기와 화염이 치솟는 모습이 감시 카메라(CCTV) 영상에 포착됐다. (사진=AFPBB/로이터)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내무부 산하 민방위청은 후티 반군의 리야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네 차례의 연쇄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 휴대폰 비상 경보 문자 등의 위험 경보를 단 한 차례도 발령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비상 경보 시스템을 가동해 왔지만, 공습 직전인 지난달 29일 남부 나지란 지역 경보를 끝으로 비상 알림을 전면 중단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후티 반군과의 전쟁 중에도 국가 내부의 ‘평온함’과 ‘안정적 이미지’를 외부에 과시하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보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침묵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방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공항 피격 사건 전 사우디 당국에 비상 경보 중단 이유를 물었을 때, 사우디 측은 ‘경보음이 시민들의 밤잠을 깨우는 등 일상에 너무 큰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우디 정부의 조치를 두고 국제사회에선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인접국들만 해도 드론·미사일 공격 시마다 즉각 비상 대피 경보를 울리고 사이렌을 발송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 후티 반군의 공습 당시 대피 경보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리야드 공항 이용객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미사일 공격을 맞았다. 사우디 국영 TV가 공개한 CCTV 영상에는 탑승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보던 승객들 위로 미사일이 폭발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사우디 분석가 알리 시하비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공항, 파이프라인, 석유 시설 등 방어해야 할 국가 기반 시설이 너무 넓다”며 “모든 자산을 한 번에 방어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방공망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는 국제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하는 등 국가개혁 및 투자 유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세계석유회의(WPC) 연설에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사우디는 안전하며, 국가 비전과 약속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참사 이후 내부적·국제적 비판이 거세지자, 사우디 민방위청은 12일부터 리야드 및 남부 주요 도시에 대한 미사일·드론 위협 비상 경보를 재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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