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에 320만원"…日 고급 맨션 파고든 '중국계 불법 민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PM 03:4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도쿄 도심의 고급 타워맨션이 무허가 ‘불법 민박’ 거점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로 손님을 모아 1박에 10만엔(약 84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급 요금을 받는 곳도 있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 일대에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사진=AFP)
일본 도쿄 미나토구 일대에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사진=AFP)
◇중국 SNS로 모객…“3박에 38만엔”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SNS ‘샤오훙수’에는 최근 도쿄 미나토구의 45층짜리 타워맨션 38층 객실에 단기 숙박객을 모집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엔 “최고의 전망, 단기 임대 가능”이란 문구와 함께 ‘80㎡ 방 3개’, ‘역에서 걸어서 3분’ 등 편리함을 내세운 설명이 붙어 있었다.

닛케이 취재진이 라인 메신저로 문의하자 게시자는 처음엔 1박 9만엔(약 76만원)이라더니 대화 도중 12만엔(약 101만원)으로 올렸다. 최소 3박에 청소비 2만엔(약 17만원)이 따로 붙어 최종 3박 38만엔(약 320만원)을 불렀다.

취재진이 게시물 사진 등을 단서로 객실을 찾아 등기부를 확인해 보니 소유주는 도쿄 지요다구의 부동산 중개·민박 운영 회사였다. 사장은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회사 직원은 “투자 목적으로 산 집”이라며 “해당 타워맨션에선 민박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같은 미나토구의 32층짜리 타워맨션에서도 불법 민박 의심 객실이 나왔다. 취재진은 샤오훙수 게시글을 보고 이곳에 직접 예약해 묵어봤다. 게시자는 “2박 이상”이라며 2박에 10만4000엔(약 88만원)을 제시했다. 이후 연락은 중국 메신저 위챗으로 옮겨졌고, 숙박 이틀 전 계약금 5만엔(약 42만원), 전날 잔금 5만4000엔(약 45만원)을 일본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페이로 보내 예약을 마쳤다.

체크인 당일 저녁, 정문 앞에서 경계하듯 지켜보던 한 남성이 취재진에게 다가와 중국어로 말을 걸었다. 위챗으로 연락하던 상대가 일본인이란 걸 알자 그는 서툰 일본어로 “체크인이죠”라며 사람들 눈을 피하듯 뒷문으로 안내했다. 23층 객실에 들어선 남성은 “체크아웃 땐 문을 잠그지 말고 열쇠를 탁자에 두고 가라”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객실은 약 60㎡에 방 2개로, 침대 4개와 이불 2채를 갖춰 최대 6명이 묵을 수 있었다. 창밖으론 도쿄타워와 레인보우브리지가 내다보였다.

문제는 이 타워맨션이 미나토구가 공개한 민박 시설 목록에 없다는 점이다. 관리 규약도 민박을 금지하고 있다. 미나토 보건소 담당자는 “관리회사로부터 불법 민박이 아니냐는 문의는 받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등기부상 소유주인 중국계 외국인은 “빌려준 사람이 무단으로 민박을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페이페이 송금처 명의인인 중국 랴오닝성 출신 귀화 남성은 “방은 1년 전부터 빌려 쓰고 있지만 민박은 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사진=AFP)
(사진=AFP)
◇“외국어 사이트서 거래 끝나…적발 한계”

미나토구는 단속에 나섰지만 추적이 쉽지 않다. 미나토 보건소 담당자는 “무허가면 사업자나 소유주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예약부터 결제까지 외국어 사이트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행정만으로는 실태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숙박객을 찾아내도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하면 더는 확인할 길이 없다. 미나토구는 민박 규제를 강화하는 조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박 시설이 가장 많은 신주쿠구에선 2025회계연도 불법 민박 민원이 전년보다 약 80% 늘어 400건을 넘었다. 신주쿠구는 지난달 주거전용지역과 학교 주변 등에서 민박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배경엔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급증한 숙박 수요가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도쿄 시내 민박·간이숙박업소의 평균 숙박요금은 2024년 1박 9837엔(약 8만3000원)으로 5년 전보다 60% 올랐다. 최고가 평균은 1만3680엔(약 11만5200원)으로 호텔·료칸 평균(1만3634엔·약 11만4800원)을 넘어섰다.

스즈키 다카히로 변호사는 “처벌을 받더라도 불법 영업으로 버는 돈이 더 많으면 근절하기 어렵다”며 “벌금 상한을 올리고 조직적으로 불법 영업하는 법인을 엄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의 아파트 건물들.(사진=AFP)
일본 도쿄의 아파트 건물들.(사진=AFP)
◇익명성 노린 범죄…포커 도박장까지

이웃 간 왕래가 적은 도심 타워맨션의 익명성은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본 경시청은 지난 7월 신주쿠구 타워맨션의 한 객실에서 열린 포커 도박을 적발해 남녀 7명을 체포했다. 지난 8월엔 객실 임대료와 공과금 납부를 맡은 한국 국적 남성이 도박장 개장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도박장은 주말 밤에 열렸고, 많은 날엔 하룻밤에 350만엔(약 294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국적 남성은 매달 100만엔(약 842만원)을 받아 임대료 등 약 60만엔(약 505만원)을 내고, 15만엔(약 126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매출 일부는 폭력조직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있다.

한 수사 간부는 “한눈에 도박장인 줄 알 수 없어 위장에 최적이었다”고 말했다. 포커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아 적발 전까지 주민 신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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