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앱으로 연애 안 해요”…Z세대가 다시 몰리는 곳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4일, PM 02:1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한때 기업가치가 140억달러(약 18조 7600억원)에 달했던 미국 데이팅앱 범블이 13억달러(약 1조 7420억원)에 매각된다. 2021년 증시 상장 이후 5년 만에 기업가치가 급격히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팅앱 이용에 대한 피로감이 확산하고 오프라인 만남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데이팅앱 산업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대폰 화면에 범블앱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휴대폰 화면에 범블앱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범블은 투자회사 이타카홀딩스에 13억달러 규모로 인수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되며 주당 인수가격은 6.05달러다. 이는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9일 종가보다 138% 높은 수준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범블은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된다.

이번 거래는 범블의 기업가치 하락뿐 아니라 데이팅앱 산업이 직면한 성장 둔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범블은 2021년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약 14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데이팅앱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인수 소식이 전해지기 전 시가총액은 약 5억8200만달러까지 축소됐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유료 이용자 감소다. 범블의 올해 2분기 유료 이용자는 32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6.4%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2억 1050만달러로 15.2% 감소했다. 이용자를 확보한 뒤 추가 기능과 서비스에 구독료를 부과하는 기존 수익모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틴더와 힌지 등을 운영하는 매치그룹의 2분기 전체 유료 이용자는 1325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6% 감소했다. 매출도 8억 5300만달러로 1% 줄었다. 핵심 서비스인 틴더의 유료 이용자는 850만명으로 5% 감소했고, 하루 활성 이용자 역시 4% 줄었다. 범블과 틴더 등 주요 데이팅앱에서 이용자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연애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데이팅앱은 이용자가 상대방의 사진과 프로필을 넘겨보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Z세대를 중심으로 반복적인 상대 탐색과 온라인 대화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늘면서 실제 만남과 공동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미국 행사 예약 플랫폼 이벤트브라이트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싱글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는 관련 행사 참석자가 전년보다 85% 늘었다. 온라인에서 상대를 찾는 대신 달리기 모임이나 취미 활동, 소규모 만남 행사 등을 통해 교류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팅앱 이용자 감소는 실제 시장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틴더의 영국 이용자는 전년보다 약 60만명 감소했다. 범블 이용자도 약 30만명 줄었다. 특정 기업의 경영 실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용자 이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데이팅앱의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모델에서는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유료 구독과 부가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기 유리했다. 반면 이용자가 줄거나 서비스 이용 빈도가 낮아지면 유료 구독을 늘리기도 어려워진다.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고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는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에 데이팅앱 기업들은 이용자 확보 전략을 바꾸고 있다. 매치그룹은 틴더에 오프라인 행사 기능을 도입해 실제 만남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한 시범 운영에서는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18~24세 활성 이용자의 71%가 행사 메뉴를 이용했다. 앱 안에서 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다만 데이팅앱 시장 전체가 쇠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힌지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했고 유료 이용자도 17% 늘어난 200만명을 기록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역시 13% 증가했다. 힌지는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는 이용자를 겨냥한 서비스와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데이팅앱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이용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방식에 의존하는 서비스는 이용자를 잃는 반면 새로운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에는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시장은 범블의 비상장 전환도 이러한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했다. 상장기업은 분기별 실적과 주주들의 수익성 개선 요구를 고려해야 하지만 비상장기업은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범블은 인수 이후 인공지능(AI) 기반 상대 추천과 서비스 개편 등을 통해 경쟁력 회복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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