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베이지북 "물가 상승 가속"…소비 정체·AI발 고용 위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5일, AM 03:24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과 관세 부담이 기업의 생산·운송비를 끌어올리는 반면 소비와 고용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채용을 줄이는 기업까지 등장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AFP)
연준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 따르면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 가운데 9곳에서 경제활동이 증가했고 3곳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성장 지역 중 2곳은 중간 수준의 성장세를, 3곳은 완만한 성장세를, 4곳은 소폭 성장세를 보고했다.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견조했지만 소비를 비롯한 다른 부문의 성장세는 미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다. 12개 지역 중 3곳에서 물가가 강하게 상승했고 8곳은 중간 수준, 1곳은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직전 조사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진 지역은 9월 보고서의 1곳에서 이번에는 4곳으로 늘었다.

연준은 유가 상승의 영향이 12개 지역 보고서 전반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디젤 가격 상승과 유류할증료 부과로 운송비 부담이 공급망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와 원자재, 보험료 상승도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웠다.

추가적인 물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 계약이나 원자재 가격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헤지 계약이 만료되면 높아진 비용이 제품 가격에 추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소매업체와 음식점 등은 비용 상승분을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고소득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지출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는 고소득 가구가 소비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댈러스 지역에서는 소매판매가 견조했지만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지출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자동차 판매도 관련 동향을 보고한 6개 지역 중 5곳에서 보합 또는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사진=AFP
사진=AFP
고용시장 역시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12개 지역 중 3곳에서 고용이 완만하게 증가했고 5곳은 소폭 증가, 4곳은 보합을 기록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전체 고용 수준의 변화가 크지 않았으며 전문기술직 등을 제외하면 노동 공급도 대체로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5개 지역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자연감소 방식의 인력 축소에 나서거나 채용을 연기하고 향후 신규 일자리 창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보고가 나왔다.

뉴욕 지역에서도 일부 대기업이 AI를 업무에 통합하면서 특정 직무를 감축하거나 채용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미니애폴리스 지역에서는 AI가 기존 근로자의 해고보다는 신규 일자리 창출을 억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보고서에 나타난 AI의 고용 영향은 일부 기업의 인력 감축과 채용 연기, 신규 일자리 창출 감소 전망 등에 국한됐다.

이번 베이지북은 10월 5일까지 수집한 기업과 지역 경제 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작성됐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로 높아진 가운데 현장에서도 물가 압력 확대가 확인되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와 고용이 강하게 확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면 연준은 물가 안정과 고용 지원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비용 충격에 그칠지, 기업의 가격 인상을 거쳐 광범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사진=AFP)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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