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실례로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 매출이 500억달러(약 67조원)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가 그 전주에 전한 700억달러(약 94조원)보다 크게 낮은 수치에 기술주가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들이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며 반등했고,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을 카지노에 빗댔다는 보도가 나오자 기술주는 또다시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오픈AI와 앤스로픽이 밝히는 매출이 사실상 진짜 매출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쓰는 ‘연간 반복 매출’(ARR) 개념에 기댄 수치라는 것이다. ARR은 최근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한 값이다. ‘반복’이란 말도 매출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에 가깝다. 매출 기준도 제각각이다. 앤스로픽은 아마존 등 클라우드 업체를 통한 판매액을 그대로 포함하지만, 오픈AI는 협력사 몫을 뺀 뒤 반영한다.
두 회사는 비상장사여서 재무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상장 전까지 투자자들이 “그 자체로 ‘암시’에 불과한 숫자에 대한 희미한 소식만으로도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기묘한 공백기”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가치 평가 방식도 독특하다. 투자회사 코투는 AI 개발사의 가치를 ‘훈련 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배수로 따져야 한다고 본다. 이자·세금·감가상각비에 더해 막대한 모델 훈련 비용까지 빼기 전의 이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의 ‘커뮤니티 조정 EBITDA’에 빗댔다.
상장 빅테크라고 사정이 크게 낫지는 않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4곳의 장부 밖 약정은 2조4000억달러(약 3222조원)로, 채권시장에서 빌린 돈보다 많다. MS는 지난 4월 AI 사업의 연간 매출 환산액이 370억달러(약 49조7000억원)라고 밝혔고, 아마존은 지난 7월 250억달러(약 33조6000억원)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수치라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올해와 내년 데이터센터 투자로 10~20%의 수익률을 내고 AI 개발사가 30%의 이익률을 거두려면, 연간 약 1조달러(약 1342조원)의 매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업 실적 전반도 왜곡돼 있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반도체·산업재 기업의 이익을 곧바로 끌어올린다. 반면 빅테크 자신의 재무제표에는 감가상각으로 천천히 반영돼 단기적으로 전체 이익이 부풀려진다.
비상장 AI 기업 지분의 평가이익도 이익을 키웠다. 올해 2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업의 조정 전 이익 증가율은 50%에 달했지만, 알파벳과 아마존의 평가이익을 빼면 32%로 낮아진다.
경제 통계도 마찬가지다. 연구기관 에포크AI는 엔비디아의 해외 판매가 집계되는 방식 탓에 미국의 지난 1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과소평가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국 통계기관들은 예산이 줄어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 엔론 사태 이후 기업 감사를 감독해 온 회계감독기구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4대 회계법인은 최근 이 기구의 검사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너무 좋아서 믿기 어려운 마지막 숫자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