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위브 부도 우려에도…블랙스톤은 AI에 270조원 베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6일, AM 04:29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확산하면서 AI 투자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 블랙스톤은 AI를 100년에 한 번 찾아올 만한 투자 기회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사장은 현재의 AI 혁명을 19세기 말 산업혁명에 비유하며 AI 수요 확대가 막대한 투자비를 정당화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밀컨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29회 밀컨연구소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랙스톤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부채와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올해 7월 기준 2000억달러(약 270조원)에 달했다. 2024년 6월 550억달러에서 약 2년 만에 3.6배로 늘어난 것이다. 블랙스톤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반도체 금융과 발전소, 송전망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레이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880년대에는 나무와 말, 촛불의 세계에 살았지만 1900년대에는 철강과 철도, 전기의 세계로 바뀌었다”며 “우리는 지금 바로 그런 순간에 있다”고 말했다. AI가 과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AI 관련 투자를 현재 블랙스톤의 가장 중요한 투자 과제로 평가하고 있다.

블랙스톤의 AI 투자 전략은 데이터센터에서 출발했다. 2021년 약 100억달러에 인수한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QTS가 대표적이다. 당시 블랙스톤은 QTS가 확보한 부지와 전력 공급 능력이 향후 10년간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수요가 폭증하면서 인수 완료 후 불과 18개월 만에 기존 확보 부지의 개발 여력이 소진됐다. 블랙스톤은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데이터센터 업체 에어트렁크까지 인수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최근 부채 부담으로 금융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코어위브와도 연결돼 있다. 블랙스톤은 2023년 코어위브가 보유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거래에 참여했다. 당시 코어위브는 암호화폐 채굴업체에서 AI 클라우드 기업으로 전환하던 시기였다. 그레이 사장은 처음에는 암호화폐 채굴업체 출신 기업에 수십억달러를 빌려준다는 제안에 의문을 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투자 기회가 됐다고 회고했다.

블랙스톤은 최근 구글과 손잡고 구글의 자체 AI 반도체를 활용하는 클라우드 사업 ‘크럭스AI’도 추진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다른 5개 금융기관과 함께 엔비디아 고객사에 총 50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가스발전소와 재생에너지, 배터리 저장시설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설치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설치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로고 (사진=로이터)
그레이 사장은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난 9월 투자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AI 투자 열풍이 단순한 순환금융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직접 제기한 뒤, AI 도입 확대에 따른 투자수익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것이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위험도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입주 기업들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기술 발전으로 기존 반도체와 설비 가치가 빠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블랙스톤이 추진한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주민 반대로 차질을 빚었고, 투자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장 계획도 철회되거나 연기됐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수나이나 신하 할데아 글로벌 사모자본 자문 책임자는 AI 인프라의 투자 기회가 막대하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기존 인프라보다 기술 노후화와 계약의 질을 훨씬 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랙스톤은 투자 대상 기업들의 경영에도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280개가 넘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AI 활용을 확대하는 한편, 자체 투자위원회에서는 14년 이상의 내부 투자자료를 학습한 AI 모델이 투자 검토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코어위브의 신용위험 급등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블랙스톤의 대규모 베팅이 성공할지는 실제 수익 창출 능력에 달려 있다. 그레이 사장은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장기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AFP)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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