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한 백화점의 에르메스, 까르띠에, 불가리 매장. (사진=AFP)
명품업체들이 재고를 폐기하는 것은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고가 제품을 대폭 할인하거나 재고를 대량으로 처분하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지난 8월 홍콩에서 폐기 예정이던 샤넬 제품을 훔치려다 붙잡힌 직원들의 재판에서 샤넬은 3~6개월마다 약 1만~2만개의 패션 제품을 분쇄기로 폐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직원은 샤넬이 출시 6개월이 지난 제품을 25%, 1년이 지난 제품을 50% 할인해 판매하고 직원들에게는 정가의 20%에 구매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이후에도 판매되지 않은 제품은 분쇄기로 보내졌다는 것이다. 샤넬은 재판에서 언급된 수치가 현재의 관행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폐기되는 섬유제품의 규모도 상당하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2020년 유럽에서는 연간 26만4000~59만4000t의 섬유제품이 사용되기도 전에 폐기됐다. 이는 시장에 출시된 전체 제품의 4~9%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최대 560만t으로, 휘발유 차량 약 100만대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다.
일부 명품업체들은 이미 재고 폐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버버리는 2018년 주주들의 압박을 받은 뒤 미판매 제품 폐기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찌와 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도 2020년 그룹 전체에서 미판매 제품의 폐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라다 역시 2024년부터 미판매 제품을 분쇄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이들 기업의 실제 폐기 관행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버버리가 올해 4월 발표한 환경정책에서는 폐기의 범위를 소각과 매립으로 한정해 다른 처리 방식의 여지를 남겼다. 케링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기존의 ‘폐기 금지’라는 표현 대신 ‘관련 규정을 준수한다’는 문구를 사용했다.
독일 환경단체 움벨트힐페의 볼게무트는 “명품 업계에는 제품 폐기 금지 자체보다 폐기 내역 공개 의무가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특정 제품군의 판매 부진이나 재고 관리 현황 경쟁업체와 소비자들에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