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인데 유가 잡아야지…트럼프,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 면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7일, AM 12:0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對)러시아 제재 조항 상당수를 시행하지 않고 적용을 면제키로 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유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경유 판매 제재를 한시적으로 풀어준 데 이어, 자신이 지난달 서명한 대러시아 제재법의 주요 조치에도 제동을 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FP)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신규 대러 제재법의 적용을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은 고(故) 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이 주도한 법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에 이 법률안에 서명했다. 대통령 서명 후 30일 후부터 조항 시행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이 법률에 담긴 핵심 제재 조항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의 상위 5개 수입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최고 1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러시아 기관 다수에 대한 제재와 미국으로 수입되는 에너지 제품 등 일부 러시아산 상품에 대한 500% 관세 부과 등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받침하는 러시아의 자금줄을 조이는 데 목적이 있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률상 면제 조항을 근거로 신규 제재와 제한 조치, 관세의 상당 부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의회에 이번 면제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주요 수입국 등을 겨냥한 추가 관세도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기존 대러 제재 전체의 해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은 새 법 제정 이전의 관련 행정명령에 따른 제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면제 조치는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지된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중간선거를 앞둔 물가 부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띤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경유 가격 상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산 경유 판매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하며 가격 인하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시작한 전쟁을 지목했다. 그러나 NYT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실제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을 꼽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러시아산 경유 판매 제재를 완화하더라도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관계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NYT는 두 정상의 관계가 “파국 직전”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핵심적인 군사 작전 지원에 여전히 의존하는 우크라이나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연료 가격 대응이 대러 제재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쟁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하는 러시아 지도자 편에 공개적으로 서고 있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휴전 선언에도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