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물가 시위 폭력사태로 확산…최대 80만명 참가·400명 체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8일, AM 08:06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일부 지역에서 수십 년 만에 최악 수준의 폭력 사태로 번졌다. 최대 80만명이 거리로 나선 가운데 시청 방화와 상점 약탈, 경찰과의 충돌이 잇따랐다.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로 시작된 시위가 생활비 부담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전국적인 저항으로 확대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압박을 받고 있다.

프랑스 리모주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리모주 시청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입수한 영상의 스크린샷.(사진=로이터)
프랑스 리모주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리모주 시청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입수한 영상의 스크린샷.(사진=로이터)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로랑 뉘네즈 프랑스 내무장관은 전국 110곳에서 약 55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파리에서만 11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인 노동총동맹(CGT)은 참가자를 80만명으로 추산했다.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시위대 일부가 공공건물을 공격하고 상점과 경찰 차량을 파손했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으며, 폭력 행위에 연루된 약 400명을 체포했다.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에 불이 났고, 마르세유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시청에 난입해 시설을 훼손했다. 리옹에서는 관광안내소가 불탔다. 파리에서는 시위대 일부가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 진입을 시도하고 라코스테 매장과 이동통신업체 SFR 점포 등을 약탈했다. 차량 여러 대도 불에 탔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폭력 사태의 배후로 극좌파 세력과 범죄 집단을 지목했다. 그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폭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누구도 폭력으로 정치적 의제를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도 공공기관과 상점을 공격한 이들을 기소하고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평화적으로 행진했으며 일부 폭력 집단의 행동으로 정당한 요구가 가려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파리 북부 저소득층 거주지역의 고등학생들이 교사 부족과 열악한 학교시설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후 생활비 상승과 연료비 부담,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노동조합과 농민, 퇴직자 등으로 참여 계층이 확대됐다.

특히 2018년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였던 ‘노란조끼’ 운동 참가자들까지 가세했다. 이날 시위 규모는 당시 노란조끼 운동의 최대 집회 규모를 넘어섰지만, 2023년 연금개혁 반대 시위보다는 작았다.

경찰의 강경 진압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이날 생테티엔에서는 시위 참가자 1명이 경찰이 사용한 폭발성 진압장비와 관련된 사고로 손을 잃었다. 경찰 감찰기관은 관련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선 시위에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진압 의혹도 최소 24건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시위 확산은 프랑스의 재정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공공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있지만 교육과 복지 등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재정건전성 우려가 이어지면서 프랑스 정부의 국채 조달금리는 20여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대한 시위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이어졌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주거비 상승에 항의하는 수만명이 거리로 나왔고, 이탈리아 밀라노와 볼로냐에서도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벨기에에서는 교육비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으며, 알바니아에서는 부패와 실업 문제 등을 둘러싼 반정부 집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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