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신임 백악관 대변인 케이티 재커라이어가 첫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번 사태는 인선 과정부터 이례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재커라이어를 대변인으로 낙점하면서 와일스 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와일스 실장과 일부 참모들이 인선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다고 전했다.
재커라이어는 첫 공식 브리핑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다가 여러 차례 말을 더듬었고, 우호적인 매체의 질문 3개에만 답한 뒤 14분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음에도 자신을 변호사로 소개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서도 자격과 업무 수행 능력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대변인 교체와 맞물려 와일스 실장의 입지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와일스 실장의 지도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일부 인사들은 그의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 자리를 모색하고 있다.
후임 후보로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장 등 다른 인사들의 기용 가능성도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WP는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 역시 잠재적인 후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갈등의 배경에는 와일스 실장과 가까운 참모들의 대외 활동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제임스 블레어와 크리스 라시비타가 친러시아 성향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 스릅스카 공화국 정부를 위해 자문 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와일스 실장의 딸도 해당 지역을 대리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활동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해충돌이 확인되면 즉각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블레어와 라시비타는 와일스 실장과 가까운 인사들로, 이번 논란 이후 백악관 내부에서 와일스 실장을 겨냥한 견제가 거세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와일스 실장이 이들의 자문 활동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 실장의 경질설을 공개적으로 일축했다. 그는 16일 기자들에게 와일스 실장에 대해 “그는 대단하다”며 “오랫동안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내부 갈등설을 부인하며 참모진이 대통령의 국정과제 이행과 중간선거 승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블룸버그가 접촉한 관계자들도 와일스 실장이 당장 경질될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와일스 실장이 여전히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중간선거 이후 자발적으로 물러날 가능성까지 배제하지는 않았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참모진 간 갈등을 조율하며 백악관 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핵심 참모들의 이탈과 대외 활동 논란, 대통령의 독자적인 인사 결정이 겹치면서 내부 지휘체계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잦은 인사 교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라인스 프리버스 초대 비서실장은 취임 1년도 채우지 못했고,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은 임명 열흘 만에 해임됐다. 트럼프 2기에서 와일스 실장은 역대 트럼프 행정부의 상임 비서실장 가운데 가장 오래 재임하고 있다.
백악관 내부 갈등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욱 민감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의회 주도권 상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거 이후 인적 쇄신을 둘러싼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와일스 실장에게 공개적으로 신임을 보냈지만 참모진 간 주도권 경쟁이 진정될지는 불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