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일부 시위대가 난입한 시청 건물이 불에 타고 있다.(사진=AFP)
전국에서 약 2000명이 체포된 이번 사태에서 시청이 불에 탄 곳은 리모주가 유일하다. 인구 약 13만명의 리모주는 정치보다 도자기로 더 유명한 조용한 도시로, 파리의 소요와도 거리가 멀었다. NYT는 이번 리모주 방화를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심각하고 충격적인 피해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당초 리모주에서는 시위가 비교적 평화롭게 시작됐다. 수천명이 전날 오전 거리로 나와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고, 학교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교생들에게 연대를 표했다. 그러나 당국에 따르면 오후 5시께 “오로지 불 지르고 부수고 약탈하는 게 목적”인 무리가 도심으로 몰려들었다.
평화 시위에 참여했던 미술학도 리노 카르도나(26)는 “시청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즐겁고 포용적이던 분위기가 사라졌다”며 “이번 공격은 우리 제도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시청 앞에는 주민 100여명이 모여 잿더미가 된 건물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봤다. 19세기 말 세운 회색 석조 벽과 깨진 창문 몇 개를 빼면 지붕도, 정면의 시계도, 종탑도 남지 않았다.
리모주 시청은 1880년대 지어진 역사적 기념물이다. 제2차세계대전 초기 벨기에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자 망명한 벨기에 의원들이 머물기도 했다. 지역 최고 행정 책임자인 모리스 바라트는 전국 방송에 출연해 “시청 정면과 역사를 담고 있는 앞쪽 건물이 거의 100% 파괴됐다”며 바람 탓에 진화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현지 검찰은 주말 사이 리모주에서 미성년자 7명을 포함해 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방화에 가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 소속 기욤 게랭 리모주 시장은 “시청을 공격하는 것은 공화국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극좌 세력과 연계돼 있거나 이들에게 조종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지 경찰은 오후 3시 30분에 이미 진압용 탄약이 바닥났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매우, 매우 나쁘게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등 정부 지도부는 가해자들에게 피해를 배상하게 하는 등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게랭 시장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국가가 화재 복구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번 주 리모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시청에서 35년 전 결혼식을 올린 질 페녤랭(64)은 “남은 건 사진뿐”이라며 “리모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지만, 이제 보니 프랑스의 작은 도시도 혼돈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인 실비(61)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부에 신물이 난다”며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