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엘니뇨까지…세계 식품물가, 2027년까지 상승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9일, PM 03:4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전쟁에 따른 해상 물류 차질과 엘니뇨 가뭄이 겹치면서 세계 식품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곡물 공급이 줄어드는 가운데 운송비와 비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존 재고가 소진되고 주요 수입국들이 곡물 확보에 나설 경우 물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프랑스 서부 네베즈(Nevez)에 위치한 인터마르셰(Intermarche) 슈퍼마켓. (사진=로이터)
프랑스 서부 네베즈(Nevez)에 위치한 인터마르셰(Intermarche) 슈퍼마켓. (사진=로이터)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식품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 말부터 본격화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여러 요인이 식량 공급체계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더 큰 충격이 나타나고 내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주요 식품 가격은 상승세다. FAO가 발표한 지난 9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6.0으로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1.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상승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조사 대상 150개국 가운데 식품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국가 비중은 22%로 전분기 14%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시아 등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 식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강우 지연 우려로 쌀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도에서도 10여년 만에 가장 부진한 몬순 강우로 설탕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에 올랐다.

이집트에서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대형 빵 한 개 가격이 지난 7월 4이집트파운드(약 100원)에서 최근 5이집트파운드(약 125원)로 25% 상승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식용유 가격도 약 40% 올랐다.

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전쟁과 기후변화에 따른 공급 차질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흑해 곡물 수출시설이 공격받으면서 밀 공급이 줄었고, 홍해의 선박 운항 위험으로 주요 해운사들은 아프리카를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료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곡물 생산과 운송비 부담을 동시에 키웠다. 엘니뇨에 따른 건조한 날씨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농작물 생산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국제 밀 가격은 30% 이상 올랐다. 아시아 주요 쌀 수출국의 쌀 가격도 재고가 충분한 상황에서 10~13% 상승했다. 흑해에서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일부 주요 해상 항로의 운임은 유가 상승과 전쟁 위험 보험료 부담으로 약 50% 뛰었다.

공급 차질은 실제 곡물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선박 운항정보 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9월 인도네시아의 밀 반입량은 49만1000t으로 전년 동월보다 41% 급감했다. 현지 일부 제분업체는 원료 부족으로 생산시설을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그동안 가격 상승을 억제해 온 곡물 재고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주요 곡물 수입국들은 자국 수확량이 양호해 해외 구매를 미뤄왔지만 재고가 줄면서 다시 국제시장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알렉산더 카라바이체프 국제곡물이사회(IGC)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주요 수입국들이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식품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상 3~6개월 단위로 원재료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기업들이 최근 높아진 가격을 반영해 계약을 갱신하면서 비용 상승이 소비자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프란시스쿠스 웰리랑 인도네시아 최대 식품업체 인도푸드 이사는 “해상 운송비가 상승한 데다 루피아화 약세로 환산 비용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식품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차 관리원으로 일하는 무하마드 야신(63)은 쌀과 두부 등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이 과거 7000~8000루피아(약 520~590원)에서 최근 1만5000루피아(약 1110원)로 뛰었다고 말했다.

주급이 20만~30만루피아(약 1만4800~2만2200원)인 그는 식품 가격 상승으로 끼니까지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FAO는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자국 내 식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설 경우 국제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년간 양호한 수확과 충분한 재고가 가격 상승을 막아줬지만 이제 그 완충 여력이 압박받고 있다”며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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