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 인근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가 불길에 물건을 던져 넣고 있다. (사진=AFP)
프랑스 정부는 추가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경찰력을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부분 통행금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오는 24일 다시 대규모 시위가 열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피해 기업에는 해고를 막기 위한 정부 지원 휴업제도와 긴급 유동성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다만 지원 규모와 구체적인 지급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민생 불만을 해결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올해 농민과 어민, 운송업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지출을 이미 늘렸다. 재정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추가적인 생활비 지원이나 공공서비스 예산 확대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시위는 지난달 파리 북부 노동계층 거주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시작됐다. 교사 부족과 낙후된 교육시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항의로 확산했다. 정부는 아직 학교 예산의 대폭 증액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교사 자격을 갖추고도 아직 근무를 시작하지 않은 인력 약 3000명을 학교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시민들이 전날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잔해가 널린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AFP)
경제적 충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재정 위기와 고유가로 기업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폭동까지 겹쳤다. 프랑스 주식과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와 독일 국채 간 금리 차이는 146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까지 확대돼 2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에 요구하는 추가 위험 보상이 커졌다는 의미다.
정치적 불안도 심화할 전망이다.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프랑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에 재정지출 삭감을 반영하려 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있다. 일부 야당과 타협하지 못하면 정부가 불신임으로 붕괴할 위험도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라코스테 매장 유리창이 전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파손돼 있다. (사진=로이터)
마크롱 진영 출신인 장바티스트 모로 전 의원은 로이터에 “르펜은 이제 선거운동에 돈을 쓸 필요도 없다”며 “그 앞에는 단순히 길이 열린 것이 아니라 6차선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급진좌파 대선주자인 장뤼크 멜랑숑은 시위대의 요구를 지지하고 정부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폭력을 명확하게 규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박받고 있다. 중도우파 대선주자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질서 회복을 위한 결단을 촉구했다.
불안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8일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문제로 열린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알바니아에서도 교육과 일자리, 부패 문제를 둘러싼 학생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주거비 문제를 둘러싼 항의가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가 당장의 폭력 사태를 진압하더라도 민생 불만과 재정 긴축, 정치적 갈등이 맞물린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의 바얀궁에서 쿠웨이트 군주와 함께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지역 4개국 순방에 나섰다. (사진=AF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