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3000곳 쑥대밭, 폭동의 나라 못 믿겠다"…큰손들, 결국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AM 11:0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다시 불붙었다. 생활고 등에 항의하는 주말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지면서, 유로존 2위 경제대국 프랑스가 처한 난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진단이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 샤틀레-레알 인근에서 사람들이 운동화 매장 '스나입스'의 유리창을 부수려 하고 있다.(사진=AFP)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 샤틀레-레알 인근에서 사람들이 운동화 매장 '스나입스'의 유리창을 부수려 하고 있다.(사진=AFP)
◇폭동에 국채 금리 급등…긴축 저항에 재정 신뢰 ‘흔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14%포인트 오른 4.93%를 기록했다. 유로존 다른 국가들보다 큰 상승폭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 격차도 1.47%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최근 몇 주 사이 한 차례 도달했던 수준이지만, 그 전엔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이다.

증시도 흔들렸다. 프랑스 CAC40지수는 이날 1.1% 하락했고, 특히 은행주의 낙폭이 컸다.

이는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가 폭동으로 번진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폭도들은 전국 도시를 휩쓸며 상점과 사업장 최소 3000곳을 약탈했다. 프랑스소매업연맹은 피해액이 “수억유로(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체포 인원은 2000명을 넘어섰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건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국가 재정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프랑스는 이미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요 7개국(G7) 가운데 국채 금리가 가장 많이 뛴 나라다. 세계적인 물가·국채 발행 우려에 프랑스 재정 전망에 대한 걱정이 겹친 탓인데, 이번 사태가 불안을 더 키웠다.

시장이 주목한 건 이번 시위가 드러낸 정부 재정긴축에 대한 저항이다. 시위에는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휘발유부터 집세까지 치솟는 물가에 분노한 시민들이 함께 거리로 나왔다. 채권 투자자들은 지출을 줄이지 못하는 프랑스를 수주째 압박해 왔는데, 정작 국민들은 생활고 해결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고든 섀넌 트웬티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이번 시위로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보유를 “더 꺼리게” 됐다며 “이번 사태는 재정 개선에 대한 저항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안에는 재정을 개선하라는 국민적 지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소수 정부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부는 긴축 예산안 처리도 앞두고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싸움 끝에 연말까지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AFP)
◇대선 6개월 앞두고 마크롱 ‘수세’…치안 실패 논란까지

정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수년 만에 최악의 거리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수세에 몰렸다. 재정적자 확대로 채권시장이 이미 불안한 가운데 여러 위기가 한꺼번에 닥친 것이다. 투자자들은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대선이 정치 불안을 낳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밤 TV 연설에서 정당한 불만을 표출한 시위대와 “다수 범죄자와 합세한 주변부 극좌 단체의 반란 세력”을 구분하며 “약탈한 자는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중도 진영 일부에서도 구체적인 조치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 몇 시간 뒤 걸프 국가 순방길에 올랐다. 우파 대선 주자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는 “수백만 프랑스인처럼 나도 질서를 되찾을 수 있는 결정과 조치를 원했다”고 꼬집었다.

치안 실패 논란도 번지고 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국내 정보당국이 시위 규모를 과소평가해 경찰 배치가 너무 적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시위대를 20만명으로 예상했다”며 “실제로는 55만명 이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누녜스 장관은 사의를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브누아 파양 마르세유 시장은 시청이 점거될 때 경찰이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경찰이 왜 물러나 폭도들이 침입하도록 내버려 뒀는지 내무장관의 답을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 프랑스는 유럽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정부는 필요한 곳에 통행금지를 적용하고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리·리옹·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통행금지와 시위 금지 조치가 잇따랐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전자제품·서적 매장 '프낙'의 울타리를 넘고 있다.(사진=AFP)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전자제품·서적 매장 '프낙'의 울타리를 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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