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줄이면 민심 폭발, 돈 풀면 국채금리 폭등…佛재정 딜레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PM 07:11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방성훈 기자] 프랑스 전역을 휩쓴 대규모 소요 사태가 국채와 주식시장을 흔들며 재정위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생활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방화와 약탈로 번지자 정부가 지출을 줄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에 국채 매도세가 거세졌다. 민심을 달래려면 돈을 더 풀어야 하지만,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마저 커지면서 유로존 2위 경제국 프랑스가 재정 딜레마에 빠졌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4%포인트 오른 4.93%를 기록했다. 유로존의 기준 역할을 하는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차도 1.47%포인트로 벌어져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다시 근접했다. 프랑스 대표 주가지수인 CAC40은 1.1% 하락했다.

프랑스는 이미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요 7개국(G7) 가운데 국채금리가 가장 많이 오른 상태였다. 여기에 지난 17일 생활고에 항의하는 전국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방화와 약탈로 번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국채 금리의 급등은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의 채무 이행 능력과 재정 규율 회복 가능성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수개월 전부터 프랑스 정부에 강력한 지출 감축과 긴축 재정을 요구해 왔으나 이번 소요 사태로 긴축 정책에 대한 강한 사회적 저항이 확인되면서 국채 매도세를 더욱 자극했다. 고든 섀넌 트웬티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의 프랑스 국채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프랑스 내부적으로 재정 구조개혁을 추진할 정치적·사회적 동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차 추이
프랑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차 추이
더욱 심각한 점은 프랑스 정부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킬 재정적 카드를 지니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농어민과 운송업계 보조금 집행을 이미 늘렸다. 이번 사태 이후에도 경찰력 증원과 피해 기업 긴급 지원, 교사 약 3000명 배치 등 시위 진압과 피해 기업 지원 등 추가 지출 요인만 누적되고 있다. 추가 지출 수요가 쌓이는 가운데 생활비 지원이나 공공서비스 예산을 대폭 확대하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출 삭감을 밀어붙이면 정부의 존립까지 흔들릴 수 있다. 소수 정부가 긴축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끝에 불신임을 당할 위험도 남아 있다. 예산 처리와 재정정책의 방향이 불확실해질수록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 매수를 주저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채금리 상승은 이런 어려움을 다시 증폭시킨다. 정부가 새로 빚을 내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차환할 때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 지출이 늘면 민생 지원에 쓸 재원이 줄고, 이를 추가 차입으로 메우면 다시 채권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행크 칼렌티 SMBC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주말 시위 이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것은 개혁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달 24일 추가 집회와 다음달 5일 노동조합 파업 추진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이미 어려운 재정 상황에 놓인 프랑스에서 내년 선거까지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 주말 사태는 시장에 정치적 위험을 하나 더 얹었다”고 지적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사람들이 약탈당한 슈퍼마켓 '프랑프리'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AFP)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사람들이 약탈당한 슈퍼마켓 '프랑프리'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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