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약 468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도 정작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정치적 셈법에 휘말려 제대로 된 투자 실속을 챙기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간 공식 협상만으로 풀기 어려운 갈등을 줄이고 외교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간 외교 채널’ 가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브라함 김(사진)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계는 정부 간 외교에만 국한하지 않고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며 “오해나 갈등이 발생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비공개 대화가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양국의 투자와 교역이 늘면서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심화하는 만큼, 정치적 요인으로 생기는 갈등을 풀기 위해서라도 민간의 비공개 대화와 관계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처럼 민간 비공개 대화 채널의) 강점은 양국 주요 인사와 대중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국 주요 지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와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능력도 또 다른 강점이다”며 “중립적인 환경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미 투자 약속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미국은 일자리 창출과 인프라 확충, 산업 역량 강화를 원하고 한국 기업들은 혁신과 함께 투자에 따른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며 “양국의 우선순위는 서로 상충하기보다 상당히 상호보완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치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국제적인 문제들도 국내 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정치적 요인이 양국의 투자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을 해결하고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3대 협상 원칙으로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호혜성(reciprocity)’, ‘상호 존중(mutual respect)’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미국의 정권이나 정치 지형이 바뀌더라도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지속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한 쪽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닌 양국 모두에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호혜적 기조를 다져야 한다”며 “과거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한국의 반도체, 에너지, 조선업 등이 미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에 깊숙이 투자하고 있어 양국의 제도와 의사결정 한계에 대한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마찰이 동맹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해석에 그는 “동맹은 견고하지만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고 이런 시기에 관계의 진정한 힘이 시험받는다”고 말했다.
아브라함 김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