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 흔들리지 마라…허성욱 前원장이 짚은 韓기업 생존전략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PM 11:05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기술 안전성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투자 부담과 수익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개발기업과 반도체 공급업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안전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존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경쟁사의 AI 투자 규모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위험 통제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제시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역임한 허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역임한 허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사진=법무법인 태평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역임한 허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20일 ‘BKL 퍼스펙티브스’ 칼럼에서 AI 속도조절론을 기술 안전과 기업 간 수익 배분, 국가 간 패권 경쟁이 얽힌 이해관계의 충돌로 진단했다.

최근 AI 선도기업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개발 속도 조절을 주장한 데 이어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진도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허 고문은 이 같은 움직임의 이면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 논쟁이 투자 속도를 조절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쟁사가 투자를 계속하는 한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속도를 늦추기 어렵지만, 안전 문제가 공동의 의제로 부상하면 투자 부담을 완화할 여지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대규모 추가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앤스로픽과 오픈AI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허 고문은 이를 기업들의 실제 동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안전 확보라는 명분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AI 개발 가속론을 주장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폭주 우려를 일축하며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고문은 개발 속도가 둔화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이해관계가 AI 서비스 기업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 경영진들의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AFP)
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 경영진들의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AFP)
허 고문은 지난 9월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주가가 각각 3.4%, 5.3% 하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9% 떨어진 점도 언급했다. AI 투자 축소 가능성이 서비스 기업에는 비용 절감 요인인 반면 엔비디아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기업에는 수요 감소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다. 허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중시하는 데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투자 둔화가 경제성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논쟁은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경영 변수라는 게 허 고문의 진단이다. 미중 기술 경쟁이 지속되는 한 AI 투자 속도가 쉽게 늦춰지지는 않겠지만, 경쟁사의 투자 규모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신규 수익 창출 등 실질적인 성과를 기준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허 고문은 AI 안전 논쟁이 금융·의료·제조·유통 등 산업별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복잡한 규제에 대응할 자본과 인력을 갖춘 기존 대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스타트업과 후발 기업에는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대에는 기술 도입만큼 위험을 통제하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의 잘못된 판단에 누가 책임지고, 어느 업무까지 맡기며, 언제 사람이 개입할지를 정하는 전사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 고문은 향후 AI 경쟁력이 단순한 개발 속도보다 그 속도를 감당하고 통제하는 역량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AI 전공 컴퓨터공학 박사인 그는 현재 개인정보최고책임자(CPO) 포럼 회장으로 활동하며 IT·방송통신, 정보보호·프라이버시, 규제 대응 및 정부·국회 대응 분야에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AFP)
인공지능(AI) 이미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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