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집계 기준 난방유 가격은 갤런당 6.14달러(약 8148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50% 급등했다. 난방유는 보일러 등에 쓰는 석유 제품으로, 가격이 경유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
이에 따라 전미에너지지원국장협회(NEADA)는 올겨울 북동부 저소득 가구의 난방비 부담이 11억달러(약 1조4597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메인주 남부 자선단체 유나이티드웨이의 댄 코인 대표는 긴급 난방 지원 요청 전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약값과 월세를 내려고 난방을 포기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이들이 “가진 돈을 최대한 아껴 쓰려고”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북동부는 천연가스와 전기로 난방하는 미국 대부분 지역과 달리 난방유 의존도가 높다. 메인주는 절반, 뉴햄프셔·버몬트·코네티컷주는 3분의 1 이상 가구가 난방유를 쓴다. 난방유는 독립 판매업자들이 갤런 단위로 팔기 때문에, 요금 분납이나 공급 중단 금지 같은 소비자 보호 장치도 약하다. 마크 울프 NEADA 사무국장은 “판매업자는 독점 기업이 아니어서 ‘할머니 댁에 꼭 배달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작값도 오르고 있다. 난방유 대신 장작 난로를 들이는 주민들이 늘면서다. 메인주 프리포트의 장작 무료 나눔 단체 ‘우드뱅크’가 나눠준 장작은 지난해 난방철보다 두 배로 늘었다. 메인주 전역에서 예년보다 일찍 신청이 몰리고 있다. 이 단체를 운영하는 토니 디마르코는 “사람들이 겪는 절박함을 보여준다”며 “굴뚝 화재가 늘고 공기 질도 나빠질 것이다. 먹을지 난방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메인주 탑셤의 다른 우드뱅크도 배달량이 67% 늘 것으로 예상했다. EIA에 따르면 목재펠릿 월간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3분의 1가량 증가했다.
◇가스관 막았던 북동부…“수요는 못 막는다”
이번 사태는 천연가스를 외면해 온 북동부의 선택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있다. 매사추세츠·뉴햄프셔·뉴욕주 등은 2010~2020년대 천연가스관 건설을 가로막았다. 그나마 위기 전부터 메인주의 천연가스 난방 가구 비율은 2000년 3.5%에서 2024년 8.3%로 늘었고, 전기로 돌아가는 히트펌프도 확산돼 왔다. 다만 지난해 1월 이후 전기요금은 11.2%, 천연가스 요금은 9.3% 올라 이 역시 부담이 크다.
매사추세츠·코네티컷·뉴욕 주지사들은 가스관 확충에 대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9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뉴욕주를 잇는 ‘컨스티튜션 파이프라인’에 4200만달러(약 557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가스관은 막을 수 있어도 수요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기엔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지금은 대안이 별로 없다. 바꾸려 해도 그 지역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가스망에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인주 상원 선거 변수로…콜린스 “비축유 풀어야”
난방비 문제는 정치 쟁점으로도 번졌다. 메인주 상원의원 선거에선 승부를 가르는 변수가 됐다. 이달 중순 인사이더어드밴티지 여론조사에선 벌목업자 출신 민주당 트로이 잭슨 후보가 5선 현역인 공화당 수전 콜린스 의원을 2%포인트 앞섰다. 잭슨 후보는 “콜린스가 다섯 차례나 중단에 반대표를 던진 이란 전쟁 탓에 에너지 비용이 사상 최고”라고 공격했다.
콜린스 의원은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상 난방유 비축분을 풀어 “메인 주민들을 매우 높은 가격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3800만달러(약 504억원) 규모의 난방 지원금을 끌어낸 성과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초 러시아와 경유 30만톤을 시장에 풀기로 합의하는 등 선거 전 파장 차단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