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쟁 발발 당시 이란이 해상 등 해외에 보유한 원유는 약 1억3500만배럴로, 유가 급등 이후 그 가치가 1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해상 봉쇄로 신규 공급이 막히면서 아시아 해역에 비축한 원유가 이달 중순 고갈됐다.
전쟁 이전 이란 또는 이란 연계 선박들은 아시아 수역으로 이동한 뒤 다른 유조선에 원유를 옮겨 싣는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중국에 원유를 수출했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이른바 ‘그림자 거래’ 방식이다.
오만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
케이플러의 원유 분석 책임자인 호마윤 팔락샤히는 “이제 중국에 하역할 원유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원유 수입 감소는 이미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광범위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달 17일 해상 봉쇄로 이란이 최소 250억달러 상당의 원유 수입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파괴된 공장과 무기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미국의 조치가 “이란의 안보 기구에 파괴적인 비용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은 막혔지만,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는 계속 수송되고 있다. 미국의 보호 아래 비(非)이란산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게 되면서 최근 수송량은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팔락샤히 책임자에 따르면 원유 판매 수입은 이란 정부 재정 수입의 약 30~40%를 차지하며, 최대 외화 수입원이기도 하다. 올해 7월 초 이후 달러 대비 이란 통화 가치가 약 3분의 1 하락한 것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팔락샤히 책임자는 “미국은 이란 경제에 대한 압박이 이란 정권을 핵 합의 수용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거나, 정권이 통제하기 어려운 내부 시위를 촉발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의 압박에도 이란 경제가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경제는 매우 높은 회복력을 보여줬으며, 이란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