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마저 흔들린다"…美 철수령에 브렌트유 113달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3일, AM 08:1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국제유가가 이란전쟁 발발 이후 최고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국 공무원 일부와 가족을 철수시키기로 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남쪽 아람코 정유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화재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아람코는 예멘 후티 반군의 잇단 공격을 받아왔다.(사진=AFP)
지난 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남쪽 아람코 정유시설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화재 경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아람코는 예멘 후티 반군의 잇단 공격을 받아왔다.(사진=AFP)
22일(현지시간)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 1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4% 오른 배럴당 113.17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월 4일 이후 최고치로, 지난 3월 말 기록한 연중 최고 종가 118.35달러와의 격차도 4.4%로 좁혀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4% 오른 99.47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23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99달러 안팎을 유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공격하며 시작된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브렌트유는 올해 85% 넘게 올랐다.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더 가파르게 뛰었다.

이날 급등은 미 국무부가 사우디 주재 공무원 가운데 필수 인력이 아닌 직원과 가족에게 철수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국무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21일 걸프 지역 일부 미 대사관 인력이 철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한 뒤부터 유가는 오름세를 탔다. 다만 국무부 대변인은 마켓워치에 철수 대상은 사우디 주재 인력과 가족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후티는 최근 사우디 홍해 연안 얀부항 공격과 인명 피해를 낸 유전·공항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22일 경보가 울리자 다란 본사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재택근무를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 초당파 에너지 싱크탱크 국가에너지분석센터의 맷 맥매너스 선임연구원은 “외교 인력 철수는 정치보다 안보 상황에 따른 통상적 조치”라면서도 “현지 기반시설이 위험하다는 신호이고, 사우디의 막대한 산유량을 고려하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짚었다.

시장이 특히 긴장하는 건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대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 소상공인 대출업체 카디프의 윌리엄 스턴 CEO는 “사우디는 호르무즈 상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한 버팀목이었는데 이제 플랜B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됐다”며 “트레이더들은 다음달 중간선거 이후에도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로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선거 직후 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담도 힘을 잃고 있다.

치솟는 운송비는 ‘2차 에너지 쇼크’로 번지고 있다. 운송비가 원유 가격만큼이나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달 중순 대형 유조선으로 원유를 중동 걸프에서 아시아까지 실어나르는 운임은 배럴당 37달러(약 4만9000원)를 넘어 전쟁 전의 5배 이상으로 뛰었다.

맥매너스 연구원은 “세계 석유 유통 방식이 장기적·구조적으로 바뀌는 출발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는 걸프 밖으로 수출로와 저장시설을 넓히고 있다. 미국·캐나다·브라질·가이아나의 원유 생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세계 에너지 중심축도 서반구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은 유조선들이 위치 신호를 끈 채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면서 전쟁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하지만 석유제품 공급 차질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겹쳤다. 각국 정부는 비축유를 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경유 거래 등 유가 안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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